[만났습니다]①임채성 서울교대 총장 "고교학점제서 과목 선택 불이익 없게 대입 바꿔야"

오희나 기자I 2021.07.23 05:45:00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 고교학점제 시대 대입 개편 강조
"적성·진로 따라 선택한 과목, 대입서 불익 받지 않아야"
"대량교육→소수교육…맞춤형 교육하려면 교사 수 유지"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고교학점제 이후에는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고른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입제도를 바꿔야합니다.”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은 최근 서울교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선택과목에선 절대평가제가 도입된다. 임 총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과목 쏠림’을 방지할 대입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듣는 학생이 대입에서 혜택을 받을 경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관심사로 떠오른 교원감축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임 총장은 “지금은 과거의 대량교육시스템에서 소수심층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를 가르치면 교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채성 총장을 만나 교육계 핵심과제로 떠오른 고교학점제와 교원감축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4차산업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미래교육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시국에 임기를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위기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대면교육을 통한 상호작용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교원자격이 없는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 설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충분히 준비한 뒤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선택 과목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지역과 그렇지 못할 학교·지역이 있을 것이다. 충분한 과목 개설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교·지역 간 편차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교원자격 없는 전문가에게 교사 자격을 주는 논의가 진행 중인데 교육자적인 자질을 검증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대입제도 개편 방향은.

△고교학점제에서 학생이 이수한 학점의 양과 질, 목적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자기개발 차원에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이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교과 이수 난이도에 맞춰 점수 따기 쉬운 과목 위주로 이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쉬운 과목 위주로 95점을 받은 학생과 진로·적성을 고려해 선택한 과목에서 85점을 받은 학생이 나오면 지금의 대입제도에선 둘 중 95점을 받은 전자를 합격시키는 경우가 많다. 고교학점제 이후에는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고른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입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가 교원양성체제 개편을 추진 중인데 교원감축 기조를 어떻게 보나.

△사회적으로 일자리 문제가 화두다. 정부에서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물론 고용율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직은 국가·교사·학생·학부모에게 꼭 필요한 일자리인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다.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일자리를 감축하려는 시도는 재고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아 학급당 학생 수 14명 상한을 위한 법안이 현실화 된다면 교원 수를 줄여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학력저하 현상이 나타났는데 코로나19사태로 더 심화됐다. 인재가 자원인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문제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학생밀도를 낮추고 교육밀도를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단순 경제논리로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다자녀 시대에서 소자녀 시대로 바뀐 지 오래이지만, 자녀에 대한 양육비·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의 교육재원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량교육 시스템에서 소수 심층교육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를 가르치면 교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습 부진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 정서적·심리적 위기에 놓인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고비용·고가치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도 생겨날 것이다.

-교원양성체제 개편과정에서 교대·사대 통합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초등·중등교육의 공통 개혁과제는 ‘목적형 양성체제를 전제로 한 수급 조절’이다. 예컨대 4년 후에 몇 명의 초·중등 교사가 필요할지 예측하고, 그 해 신입생을 선발해 수요에 맞게 양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사대 통합보다는 교사 양성시스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예측 가능한 수급규모를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취임사에서 인공지능(AI)교사 등 미래교육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AI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순수 AI 연구·개발은 종합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할 수 있지만 AI교육 전문가 양성은 교원양성대학에서 해야 한다. AI 교육은 기존 교사 역할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가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나 기초지식 전달 같은 단순 기능을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교사는 이로 인해 확보한 시간을 AI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을 심층적·맞춤형으로 지도하는 데 써야 한다.

-임기 내 성과를 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서울교대를 미래형 첨단시설과 스마트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2월 미래교육센터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교대를 ‘초등교사 양성기관’이라는 협소한 의미로 규정하기보다는 교육 관련 법·행정·언론·출판 등 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넓힐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가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AI 교육 등 새로운 교과목을 신설해 운영하고 학부 과정의 칸막이를 없애 융합 교육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은…

△1964년생 △서울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졸업·동대학원 과학교육과 석·박사 △부산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서울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서울교육대 학생처장 △서울교육대 부총장 겸 교육전문대학원장 △한국생물교육학회 부회장 (2013 ~ 현재) △서울교육대 총장(2019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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