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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창의력도 공부해야 길러진다

신하영 기자I 2021.06.25 05:5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코로나 사태로 우리 사회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학교의 소중함’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가 등교하는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2학기 전면 등교와 관련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교사·학부모·학생 총 16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2학기 전면 등교에 찬성한 비율은 학부모가 77.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사 52.4%, 학생 49.7% 순이다. 학생들 중에는 등교확대를 원치 않는 학생이 원하는 학생보다 더 많은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등교수업을 힘들어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원격수업에 익숙해지고 생활리듬이 깨진 탓이다. 교사들 사이에선 원격수업일에 늦잠 자는 학생이 많아 이들을 깨우는 일이 버겁다는 호소가 나온다.

학교와의 거리가 멀어지니 자연스럽게 학력 저하 문제가 생겼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국어·수학·영어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교육부는 이를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코로나 이전에도 학력 저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진보교육감이나 진보성향의 교원단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창의·융합적 인재가 필요하다‘며 지식전달식 수업과 학력진단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단순 암기로 얻은 지식은 점차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문제는 창의적 인재가 길러지려면 기초학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해결력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도 기초학력과 배경지식의 토대 위에서 배양된다. 4차 산업혁명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기술이 결합하고 학제 간 지식·기술이 융합하는 시대다. 배경지식 없이 인문학적 상상력이 길러질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스웨덴·영국 등 한 때 교육선진국으로 불렸던 국가들의 교육방식도 점차 학생들의 학력을 탄탄히 다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는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진보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한 끝에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폐지됐다. 전체 중3·고2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던 학력진단이 3% 학생만 응시하는 시험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꾸준히 증가한 끝에 최근에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요즘 학생들은 초1부터 중1까지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이었지만 2013년부터 제외됐다. 중학교 1학년은 1년간 진로탐색 시간을 갖느라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다. 초등학교 전체 학년은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간·기말고사를 봤지만 지금은 모두 폐지됐다.

진보교육감과 전교조가 학생들을 위한다며 학습부담 경감을 외치는 사이에 상류층 자녀들은 학원에서 필요한 레벨 테스트를 치르고 맞춤형 학습을 받고 있다. 결국 학력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교육 사다리는 붕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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