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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에 실·국장도…기재부 떠나 국회로

이지은 기자I 2024.02.13 05:00:00

장·차관에 실·국장도…예비후보 등록 10명 넘겨
방문규 '수원병'·김완섭 '원주을'…與 험지 출격
野 후보 3인, 광주서 표밭갈이…호남 출격 이어져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한때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 인사들이 22대 총선 레이스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재부는 우리나라 경제 부문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다. 올해 경기 회복 여부가 총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책 이해도가 높은 ‘경제통’을 영입하려는 여야 각 정당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진 모습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맨 왼쪽)으로부터 당 점퍼를 선물받은 전직 장차관들이 나란히 서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차관, 정황근 전 농림부 장관,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3일 관가와 정계에 따르면 오는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기재부 출신 예비후보들은 10명을 넘어섰다. 장·차관까지 올랐던 인물들은 물론 실·국장 급으로 퇴직한 이들도 포함됐다.

여당에서는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행시 28회)과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행시 36회)이 각각 경기 수원병과 강원 원주을 출마를 선언했다. 둘은 지난해 연말까지도 각 부처를 이끌고 있었지만, 새해 들어 국민의힘의 윤석열 정부 출신 총선 영입 인재로 발표되면서 정계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투입된 두 지역구는 모두 야당이 현역 의원인 ‘험지’로 분류된다.

방 전 장관은 기재부에서 재정·정책·예산을 망라한 주요 보직을 수행했고 예산실장, 2차관까지 역임했다. 이후 한국수출입은행장, 복지부 차관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약 4개월의 짧은 산업부 장관 임기를 끝으로 40여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재정·예산 분야 전문가이면서도 타 부처 근무 경험도 두루 있어 시야가 넓다는 평가다.

김 전 차관도 기획예산처(기재부 전신) 시절부터 30년 넘게 관료로 일해온 정통 ‘예산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돼 새 정부 경제 정책을 구상했고, 이후 기재부로 돌아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역임했다. 강원 원주의 공직 명문가 출신으로, 김 전 차관의 부친인 김영진씨는 행시의 전신인 고등고시 행정과(1961년)에 합격한 뒤 강릉시장, 원주시장, 강원지사, 내무부 차관, 재선 의원을 지냈다.

부산진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행시 37회)도 기획예산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인물이다. 이외에 지역에서 텃밭을 다져온 기재부 올드보이(OB)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세제실장을 맡았던 김병규 전 경남 부지사(행시 34회)가 경남 진주을에서, 대외경제국장 출신인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행시 37회)은 대구 서구에서 각각 금배지를 노린다.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재부 출신 출마자들의 표밭갈이가 한창이다.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행시 30회)과 안도걸 전 기재부 차관(행시 33회)은 각각 광주 동남갑과 동남을에 도전장을 내고 총선 링에 올랐다.

노 전 장관은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을 거쳐 기재부 행정예산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으로 근무했다. 이후 국무조정실에서 국무2차장,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국토부 장관까지 지냈다. 여러 부처를 두루 거쳐 경력을 쌓았다는 점에서 방 전 장관과 비슷한 강점을 지닌 정통 관료로 평가된다.

안 전 차관도 기획예산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예산 전문가로, 16년 만의 호남 출신 예산실장을 지낸 뒤 차관 자리까지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보직을 맡아 당시 이뤄졌던 대부분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관여한 바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안 전 차관은 민주당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전문가로, 국회에 꼭 진출해 국민들이 민주당을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과장을 지낸 조인철 광주시 전 문화경제부시장(행시 40회)도 민주당 광주 서구갑 경선전에 뛰어들었다. 기재부 정책기획관 출신의 한명진 전 방위사업청 차장(행시 31회)은 지난 21대 총선 경선에서 석패한 전남 보성·장흥·강진·고흥 지역에 재도전을 선언했다. 권오봉 전 여수시장(행시 26회)은 여수을로 나선다. 김정우 전 조달청장은 기재부 근무 경력이 길지 않지만 20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은 경력이 있다.

초선 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22대 총선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총선은 도전자 자체가 적었지만, 이번에는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속속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기재부 출신 전직 관료는 김진표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5선)과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국민의힘 재선),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재선),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재선) 등 4명이다.

기획재정부 전경.(사진=기재부)
정당들이 기재부 전·현직 관료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들의 전문성에 기대를 걸면서도 정파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라고 해도 자기 분야만 잘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정책은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 기재부에서 이를 경험해 본 의원들을 이해시키는 게 아무래도 수월하다”면서도 “과거 일했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기재부 직원들에게 다소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는 일도 있고, 정당에 소속된 이상 당론이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다르면 별다른 협조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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