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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마저 차별"…스승의 날이면 더 서러운 기간제 교사

김보영 기자I 2017.05.15 05:00:00

교사 10명 중 1명은 기간제…46% “부당대우 받았다”
계약 쪼개기·퇴직금 회피 등 편법 운영 비일비재
"정규직 채용 늘려 기간제 필요없는 환경 조성해야"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초원ㆍ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카네이션 달아주기 행사’에 기간제 교사까지 참석시킬지를 두고 교감 선생님이 고민 중이란 얘기에 씁쓸한 웃음만 나오더군요.”

3년째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선아(32·가명)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집안 사정’을 핑계로 연가를 냈다. 김씨는 “똑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이방인’ 취급을 받는 설움을 겪을 바에야 차라리 하루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은 그저 ‘남의 집 잔치’나 마찬가지다. 불안정한 신분 탓에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에 시달리기 일쑤지만 정작 교사 대접은 해주지 않는 탓에 스승의 날 같은 때엔 심한 속앓이를 겪게 된다.

◇ 교사 10명 중 1명은 기간제…46% “부당대우 받았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 중 휴직과 파견, 연수 등을 이유로 결원(缺員)이 생겨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필요할 경우 임용하는 교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초·중·고의 기간제 교원 수는 4만 6060명으로 전체 교원(49만1152명 ) 대비 9.4%를 차지하고 있다. 수업 진행과 각종 행정 업무는 기본이고 시험 문제 출제에도 직접 관여하는 등 교내 수행 업무는 정규직 교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불안정한 신분 탓에 정교사 전환이나 계약 연장 등을 빌미로 불합리한 처우를 해도 쉽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게 기간제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실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가 올해 초 기간제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480명)가 “기간제 교사라는 사실이 학부모, 학생에게 인지된 사실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43%(206명)는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5년째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34·여)씨는 “채용 연계를 이유로 대부분의 교사들이 꺼리는 공개 수업이나 담임 직책을 기간제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계약 쪼개기·퇴직금 회피 등 편법 운영 비일비재

이들은 일선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들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을 위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공무원법 10조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은 1년 단위로 근무한 기간제 교사에게 ‘정교사와 같이 방학 때도 월급을 줄 것’ ‘퇴직금을 지급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기 지역 한 사립고 기간제 교사인 A씨는 “근무 기간을 1년으로 계약했을 경우 방학 때 급여를 받을 수 있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지만 1년 미만으로 계약을 하면 불가능하다”며 “일부 학교는 예산 등을 핑계로 1년에서 하루를 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각급 학교의 임용권자가 예산 범위 안에서 기간제 교원의 임용 등을 관리한다’는 교육공무원법상의 단서 조항을 악용, 운영지침을 무력화 하는 교장이나 교감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 채용을 확대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기간제 교사를 양산하는 근본적 문제는 정규직 교사 인력을 너무 적게 뽑는 데에 있다”며 “정규직 교사를 충분히 채용해 기간제 교사가 필요 없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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