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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란과 與의 착각

송길호 기자I 2021.11.22 06:15: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 앞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권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압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집권 여당이 정부 부처에게 국정조사 운운한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음은 확실하다. 거기다가 여당은 뛰어난 “작명 실력”까지 선보였다.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전국민 일상회복 지원금” 등등 다양한 이름을 선보이며 내년 1월 20만원에서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여당의 이런 “노력”에도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고,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하자, 여당은 이 후보의 “유연함”을 극찬하고 나섰다.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은 점은, 후보를 극찬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를 여당은 한번쯤 생각해 봤는가 하는 점이다. 상황이 변하면 입장도 변하는 것이 맞지만, 상황이 변한 것이 없는데 입장이 변했다면, 최소한 이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만일 본인들이 상황을 잘 모르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했다가, 비로소 현실을 인지해 물러선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집권 여당은 문자 그대로 국가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인데,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의 재정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권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여권이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일을 추진하면 국민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자신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여당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만일 국민들을 설득하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여당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윙보터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의 지지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스윙보터의 정치적 특징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인데, 이런 특징을 가진 유권자들을 “이끌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도층 상당수가 아직까지 여권 지지로 이동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11월 16에서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응답률 1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보면, 국민의힘은 39%, 더불어민주당 29%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선 4자구도에서는 윤석열 후보 42%, 이재명 후보 31%, 안철수 후보 7%, 심상정 후보 5%를 각각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매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지형을 조사하는데, 지난 10월 말 여론조사(10월 26일~28일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응답률 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보면, 보수는 28%, 중도는 32% 그리고 진보는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중도층 중 일부는 국민의힘 지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층은 아직까지는 소수인 것으로 보인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다수 유권자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라는 말이다. 이럴 경우,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수가 줄기라도 하면, 후보와 여당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중도층을 추가적으로 흡수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국민 생각 속에 들어가야지, 국민들을 이끈다는 사고는 승리를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국민의 고통과 희망을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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