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고용허가제와 이민청

송길호 기자I 2022.07.05 06:15: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법무부가 새로운 이민정책 수립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년 말까지 확정해야 하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에 참여할 국민참여단의 수를 당초 50명 정도로 계획했으나 신청자 290명 전원을 선정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하여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 나가자”고 밝히면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로서의 이민청 설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민정책 총괄 추진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지난 16년간 논의는 무성하고 실현되지는 않았다. 법무부의 출입국관리국이 출입국·외국인력정책본부로 바뀌었을 뿐이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은 197만 명,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250만 명이 넘었다.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뿐 아니라 재외동포, 유학, 결혼이민 비자 소지자들도 취업할 수 있는데 2021년 말 현재 재외동포 비자 체류자(47만 8천명)가 취업비자인 고용허가제의 비전문취업( 21만 8천명)과 방문취업(12만 5천명) 비자 체류자를 합한 수보다 많다.

내년이면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허가제는 국민들이 원하지 않은 일자리를 외국인이 채워주어서 중소제조업, 건설업, 서비스 산업의 인력난을 완화시키고 민간 알선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이 도입과정을 관리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신장에 기여하는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시적 이주정책으로 가지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취업의 길을 개방함으로써 불법 취업자를 줄이고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 이후 불법 체류자, 불법 취업자는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21년 말 현재 불법체류자가 38만 9천명,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20%에 달한다.

간병인 등 비자면제, 단기취업 비자로 출입국을 반복하는 외국인이 상당 수 있다. 외국인 고용이 허용되지 않은 플랫폼 노동시장에도 유학생 등 많은 외국인이 취업하고 있다. 재외동포 비자가 중국 동포 등에 열린 이후 특별고용허가제도인 방문취업 비자는 할당된 비자의 40% 도 못 채우고 있다. 재외동포 비자 체류자 3명 중 1명이 취업이 허용되지 않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일반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은 중간에 잠시 출국한 후 다시 들어와서 10년 가까이 일할 수 있는데, 고용주들은 10년을 한 사업장에서 일한 숙련 외국인을 잃고 싶어 하지 않고 외국인들은 더 오래 우리나라에 머물고 싶어 한다.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 취득자격이 생기는 현재의 출입국관리법을 고쳐야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나온다.

일반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들도 동포 외국인과 같이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원한다. 사업장 이동 제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동포 여부에 따라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내국인 구인노력 의무는 상당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양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 때문에 외국인고용 분담세가 고용허가제 도입 초기에는 고려되었으나 현재는 논의조차 실종된 상황이다. 일반고용허가제하에서 외국인 고용 허용 업종, 허용 외국인 근로자 수 결정의 합리성 제고는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나 큰 진전은 없다.

출산율이 0.8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대안으로 정주를 허용하는 이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2018년 제주도의 예맨 난민 신청에서 보여준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여전히 갈 갈이 멀다. 특히 단일 민족이라는 폐쇄적 대외관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민청 설립 논의와 본격적인 추진이 한시적 이민정책으로서 고용허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이민정책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주도하고 있으나 출입국관리 보다는 노동시장 측면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한시적이든 정주를 전제로 하든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이민자와 일부 내국인과의 일자리 다툼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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