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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노리는 日…"K반도체, 나노 혈투 선점하라"

김정남 기자I 2024.02.26 06:00:00

日에 파운드리 공장 세운 대만 TSMC
기정학 시대, 삼성 파운드리의 갈길은
"나노 혈투 선점 …더 고객친화적으로"

[이데일리 김정남 김응열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열면서, 위기의 K반도체에 대한 주목도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주도의 기정학(techpolitics) 시대에 직면한 삼성 파운드리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가 지난 24일 개최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제1공장 준공식에는 TSMC의 장중머우 창업자, 류더인 회장과 함께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공장 운영 자회사인 JASM에 TSMC(86.5%) 외에 소니(6.0%), 덴소(5.5%), 토요타(2.0%) 등이 출자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제1공장은 12~28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한다. 독일 드레스덴 공장, 중국 난징 공장과 같은 수준이다. 다만 오는 2027년 생산이 목표인 구마모토 제2공장은 6~7나노대다. 대만 본토와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앞선 공정을 일본에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과 일본의 ‘윈윈’이다. 닛케이는 “제1공장 반도체는 자동차 등에 폭넓게 쓰는 경제안보 전략 물자”라고 했다. 이를테면 소니가 설계해 TSMC가 생산하고 토요타가 받는 식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만은 중국발(發) 지정학 위험을 껄끄러워하는 고객사들을 달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 대만에 끼인 한국인데, 업계와 전문가들은 결국 기술력 축적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데 주로 의견을 모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005930)는 TSMC, 인텔을 상대로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대형 고객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회사가 벌이는 ‘나노 혈투’에서 가장 먼저 1나노대 완성도를 높이면 평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더 고객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미국과 일본, 유럽이 주도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 들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그러면서 “삼성 파운드리는 정부 보조금 없이는 차량용 반도체에서 TSMC 등과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팹리스,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보니, 연간 50조원 가까이 투자하고 있음에도 각 사업부별로 나눠서 쓸 수밖에 없다. 오로지 파운드리에 삼성전자와 비슷한 연간 돈을 쏟아붓는 TSMC와 근본적으로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는 게 냉정한 분석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의 장중머우 창업자가 지난 2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제1공장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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