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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직원과 바람나 ‘상간 소송’ 당한 남편, 어떡할까요[양친소]

최훈길 기자I 2024.01.06 06:0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배선우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결혼 15년 차,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바쁘게 살다가 저는 몇 해 전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사춘기 아들이 가끔 욱하는 통에 속이 타기도 했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가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에서 등기가 하나 왔습니다. 남편 이름으로 온 거였는데요. 사업하느라 늘 공사다망한 남편한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열어봤는데,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기막히게도 등기의 내용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남편에 대한 상간 소장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사업으로 바쁘고 출장도 잦은 사람이었지만, 늘 제게 연락을 자주해와서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무실 여직원과 바람이 났습니다. 더 기막힌 건 여직원 집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여직원 남편한테 들켜 상간 소송을 당한 거였습니다. 남편은 계속 말 같지도 않은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여직원이 접근했다면서요.

배신감에 치가 떨려 당장 이혼하고 싶지만, 한창 사춘기인 아들이 걸려 이혼을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상간녀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을 상대로 제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편에겐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받고, 상간녀에게 상간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아내가 남편의 상간 소장을 직접 받은 상황입니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나요?


△집으로 상간 소장을 보내서 배우자가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사연처럼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대가 기혼인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내심 상간남이나 상간녀의 배우자가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 집으로 상간 소장을 보냅니다. 같은 맥락에서 직장으로 상간 소장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이 사람이 상간녀, 상간남입니다’라고 알리고 싶은 심정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사연자인 아내도 남편의 상간녀를 상대로 상간 소송이 가능하죠?

△상간 소송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겁니다. 간통죄 폐지로 형법상 처벌 대상이 아닐 뿐이지 불륜은 민법상 불법 행위입니다. 민법 제750조에 의하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배우자가 있는 자임을 알고서 부정행위를 저지를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가 됩니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상간 소송입니다. 따라서 사연자는 본인의 남편과 바람을 핀 상간녀를 상대로 상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서 상간 소송을 하게 되면 소송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상간녀의 남편이 사연자의 남편을 상간남으로 상간 소송을 제기하고 사연자가 상간녀에게 상간 소송을 제기하면 양쪽에서 상간 소송을 하게 됩니다. 서로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즉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것인데, 이때는 각각 판단하게 됩니다.

사연자의 남편은 상간녀가 유부녀인 것을 알았는지, 상간녀도 사연자의 남편이 유부남인지 알고 만난 것인지, 각자 그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얼마나 줬는지 등 손해를 입힌 정도를 따로따로 판단해서 위자료를 책정하게 됩니다.

단 부정행위는 혼자서 한 게 아닌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입니다.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간녀는 사연자에게 위자료 전액을 지급한 후, 사연자의 남편에게 ‘우리 같이 부정행위 하지 않았냐? 내가 지급한 위자료의 50%를 달라’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연자의 남편이 상간녀의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한 후 상간녀에게도 구상금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연자가 남편에게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받는 건 어떤가요?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기보다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인정한 문서’가 증거로 남는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대가로 재산적 이익을 얻고 싶다면 재산분할 포기 각서보다 당장 남편 명의로 된 재산을 양도받는 약정을 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용서받는 대가로 손해를 배상함과 아울러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서약의 취지에서 ‘처에게 부동산을 양도하되, 부부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처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제한을 붙인 약정을 유효하게 본 사례도 있습니다.

-이후 마음이 바뀌어 이혼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요. 지금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로 가능할까요?

△명시적으로 부정행위를 용서하게 되면 이혼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남편이 바람핀 것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경과’ 또는 ‘바람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게 되면 더이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하고 싶다면 6개월 이내에 빨리 이혼 청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를 이유로 이혼할 수는 없게 됩니다.

-사연자는 사춘기 아이를 키우며 힘든 상황을 극복해 가야 하는데요. 어떤 점들을 알아둬야 할까요?

△지금은 남편이 용서를 구하는 상황이니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재산 중 일부를 양도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상간녀를 상대로는 상간 소송을 제기해서 위자료를 받고, 상간 소송 판결문을 받아놓을 것을 권합니다. 위자료만으로 마음이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법원에서 배우자 및 상간 상대의 부정행위를 인정받고 위자료 및 판결문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연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배상받았으면 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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