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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심장]국내 선천성심장병 진료의 위기

이순용 기자I 2024.04.07 08:42:54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진료부장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진료부장] 지난 연재에서 국내의 선천성심장병 진료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소개하였다. 그것은 1970년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시작과 1980년대 한국심장재단을 비롯한 여러 진료 후원단체들의 진료비에 대한 경제적 지원,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진료에 전념해온 의료진들의 노력과 여러 심장센터의 무료수술 프로젝트가 어우러져 단기간에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결과라고 하였다.

1970년대까지는 한 해에 국내에서 1000명 이하의 수술 건수를 보이던 것이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는 매해 4000명 이상의 선천성심장병 수술이 시행되었다. 필자도 1989년부터 선천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진료부장
성심장병 진료를 시작했고 당시 기억으로는 부천세종병원의 경우 하루에 3-4명의 심장 수술을 하여도 응급을 다투는 수술이 아닌 경우는 수술받기 위해 3-4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환자가 많아서 전국에 30개 넘는 병원에서 선천성심장병 수술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그 후 출산율의 급감으로 그리고 선천성심장병의 산전 진단이 많아지면서 인공낙태가 성행된 것도 크게 작용하여 현재는 전국에서 10여개 병원에서만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개심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각 병원의 심장 수술 건수도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각 병원에서 선천성심장병 진료에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질환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이 분야에 종사할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보기에는 큰 걱정이 앞서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연령이 고령화되어 조만간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조속히 이루지지 않는다면 향후 이 분야의 진료에 심각한 문제들이 속속 나타나리라 본다.

소아심장 전문의가 되려면 소아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소아과 전공의 지원수가 과거의 5분의 1도 안되는 현실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소아심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아암 전문의 그리고 미숙아 진료하는 신생아중환자 담당할 전문의들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국내 의료 문제가 될 것이다.

더구나 의료 수준의 발달로 이제는 소아심장분야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어 과거에는 한 두명의 소아심장 전문의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로 구성되던 소아심장팀이 이제는 소아심장 수술 담당, 수술 후 중환자 담당, 소아 심장 중재술 담당, 심초음파 및 CT로 진단담당, 부정맥담당 등 다양한 세부전문 분야로 나뉘어 가고 있어 그런 세부전문의를 양성하기에는 지금의 국내상황으로는 불가능하게 되어 그동안 공들여 이룩해낸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의 질이 앞으로 몇 년 지나지 않아 급격히 저하될 위험에 처해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필수 의료 분야를 양성하는 대책이 조만간 현실로 이루어져야만 이미 닥치고 있고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닥칠 큰 재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의대정원 논란이 도화선이 되어 그동안 힘들게 유지되던 국내의 의료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으며 해결책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장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은 소아심장과 같은 생명의 위중을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의 회복과 지속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라고 본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정부와 의료인들의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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