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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늬만 국가직 전환 4년...소방조직 일원화 왜 미루나

논설 위원I 2024.03.15 05:00:00
지난 1월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 사고에 대한 소방청의 조사 결과가 그제 발표됐다. 공장 내부에 발화 위험이 높은 식용유 저장 탱크가 있다는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소방관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다가 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이 거세져 젊은 소방관 2명(김수광·박수훈)이 고립됐다가 끝내 숨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정부가 과거 여러 차례 내놓은 소방관 안전 대책의 허술함과 함께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특히 공장 내부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점이 순직 사고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분석은 소방 조직 전반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 이와 관련해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한 소방조직을 이대로 놔둬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보름 뒤면 전국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4주년이 된다. 2020년 4월 1일 시행된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 처우 개선과 지방 소방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분만 국가직이 됐을 뿐 조직·인사·예산 등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남겨진 탓에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별로 화재 등 재난 대응 역량의 편차가 크다.

소방 조직을 전국적으로 일원화하면 문경에서와 같은 소방관 순직 사고가 예방될 수 있을까. 그러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런 사고의 가능성을 많이 낮출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일원화하면 재난 현장과 관련해 중앙과 지방에 각각 집적된 정보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공유돼 보다 적절하고 안전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휘 체계의 효율화도 기대된다. 시·도 소방본부장이 대형 재난 등 특별한 경우에만 소방청장의 지휘를 받게 하는 현재의 방식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소방 조직 일원화는 허울뿐인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그 취지에 맞게 내실화하면서 완성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인사와 예산을 중앙 정부로 통합하고, 전국 지자체의 소방본부를 지방 소방청으로 승격해 중앙 지방청의 직접 지휘와 관할 아래 두어야 한다. 이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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