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년째 묶인 예금자 보호한도, 이제라도 현실화해야

논설 위원I 2021.10.22 05:00:00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제기됐다.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랫동안 변화가 없어 다른 나라에 비해 보호 수준이 매우 낮다”는 외부 지적에 대해 인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현행 예금자 보호 한도는 지난 2001년 금융회사별로 1인당 5000만원으로 설정된 이후 20년째 묶여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뱅크런(집단적 예금인출)을 예방함으로써 금융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세계 주요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배율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34배(2020년 기준)로 G7 국가 평균치(2.84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01년에만 해도 이 배율은 3.84배였다. 그러나 이후 20년 동안 1인당 GDP가 3배 가까이 늘었지만 보호 한도는 그대로 묶여 1.34배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우리와 1인당 GDP가 비슷한 이탈리아(3.6배)와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회사가 부도 등으로 고객이 맡긴 예금을 제때 내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일정액 한도 내에서 대신 돌려주는 제도다. 제도의 취지는 예금자 보호와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가 취약하면 작은 충격에도 예금인출 사태가 빈발하고 금융위기 시에는 금융시스템이 통째로 마비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어려워진다. 지난 2011년의 저축은행 붕괴 사태를 떠올려 보면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맑은 날 비 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지금 별 문제가 없다고 소홀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부보예금 총액은 지난 20년 사이에 3.8배로 늘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그에 비례해서 예금자 보호 한도도 늘려야 한다. 한도 인상이 고금리만 따라 다니는 일부 예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도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예금자보호법 개정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