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세상을 '찍다'…아름다운 헷갈림

오현주 기자I 2021.06.25 03:20:01

고은사진미술관 '카오스모스' 전 연 이중근
'반복' 주요 기법으로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장소·건축 촬영 뒤 조각 내 또 다른 장소로
회화·건축, 현실·가상 경계서 '눈속임 미학'

이중근 ‘니르바나 적멸보궁’(2021), 사진·컴퓨터그래픽·디지털프린트, 174×240㎝(사진=고은사진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친근하지만 낯설다’ 혹은 ‘낯이 익지만 생소하다’. 이렇게 봤다면 제대로 본 거다. 눈에 꽂히는 문양, 시간을 입은 색감, 규모를 가늠키 어려운 공간감 등 시각을 당혹케 하는 지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작가 이중근(49)의 작업을 헤집어보면 말이다. 그 모두를 한데 뭉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다. 여기에 중요한 기법이 있으니 ‘반복’이다. 패턴이미지를 가져다가 디지털상에서 자르고 붙여 또 다른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 수없이 셔터를 눌러 모은 사진을 조각내고 오리고 붙여 또 다른 장소를 세우기도 한다. 회화와 건축, 현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경계로 만든 눈속임의 미학이라고 할까.

이중근 ‘나 잡아봐라’(Catch Me If You Can·2009), 사진·컴퓨터그래픽·디지털프린트, 150×150㎝(사진=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유독 종교·신전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이번엔 사찰로 떠났나 보다. ‘니르바나 적멸보궁’(Nirvana 寂滅寶宮·2021)은 ‘허리를 꺾어’ 올려다본 한 어느 사찰의 천장일 터. 역시 수십 수백장은 찍었을 사진을, ‘패턴’ 중심으로 ‘반복’해서 연결해 현실에 없는 현실의 사진이미지를 만들어놨다. 니르바나는 ‘불교 수행 중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상태’를, 적멸보궁은 ‘불상 대신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법당’이라니, 타이틀만으로 이미 경지에 도달한 듯하다.

8월 2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고은사진미술관서 여는 개인전 ‘카오스모스’(Chaosmos)에서 볼 수 있다. 카오스모스는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s)를 결합한 합성어로 혼돈과 질서가 기묘하게 융합한 ‘혼돈 속 질서’의 세계를 의미한단다.

이중근 ‘순간에서 영원으로’(From Moment To Eternity·2015), 사진·컴퓨터그래픽·디지털프린트, 180×214㎝(사진=고은사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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