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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건설 강국" 외쳤지만…건설사 시큰둥 '왜'[부동산포커스]

신수정 기자I 2022.10.05 05:00:00

정부, 500억달러 4대 해외건설 강국 제시
원유값 떨어지자 '중동발' 발주 주춤해져
우크라전쟁에 원자재 수급난…수주 부담
전문가 "수익극대화에 초점 맞춰야" 지적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정부가 ‘연 500억달러 수주,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를 바라보는 건설사 표정은 시큰둥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데다 K-건설의 전초기지인 중동 지역도 원유값 하락 등으로 해외 발주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정부의 의지만큼 해외 건설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해외 건설시장에서 ‘제 살 깎기’ 수주 경쟁을 펼쳐 큰 손해를 본 국내 건설사들이 다시금 시장 파이를 놓고 펼쳐야 할 수주 경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량 중심의 수주평가보다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꾸준한 인재양성 교육과 시스템을 고도화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 없이는 제 살 깎기 수주 경쟁은 언제든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224억135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억7668만달러)보다 29% 늘어났다. 수주 건수도 397건으로 지난해(343건)보다 16% 늘었다.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지만 정부가 세운 연 500억달러 목표치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31일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며 해외 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의 해외 수주 활성화 대책에도 건설사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업계 안팎에선 수주신화와 어닝쇼크라는 해외 건설 역사 속에서 ‘선별 수주’ 교훈을 얻은 만큼 양에 집중한 수주실적보다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2010년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716억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찍고 심각한 어닝쇼크를 겪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 도움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까지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특히 대규모 해외건설공사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수많은 변수가 개입해 지금의 국제정세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환율 변동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의 변동 등 글로벌 경제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교력 지원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진국형 사업모델을 갖출 수 있도록 비즈니스 개발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개발 사업은 2~3년에 걸쳐 시공 후 대금을 받는 도급사업과 달리 장기적인 사업이어서 글로벌 경제와 불확실성이 커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라며 “또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가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확실히 뒤따라줘야 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하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육성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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