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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미혹, 빠져들 건가 이겨낼 건가…김건일 '바람이 가는 길'

오현주 기자I 2021.11.26 03:30:01

2020년 작
상상해보려는 이들의 의지에 맡긴 '상상의 숲'
욕망·감각에 들어서는 창구이자 상징적 표상
냉정한 푸른빛에 온기입힌 초록빛 조화 이뤄

김건일 ‘바람이 가는 길’(사진=페이지룸8)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은 경계하라고 했던가. 저 안쪽 깊숙한 곳에서 유혹을 부르는 움직임이 저토록 아름다우니 말이다. 그래선가. 가느다란 나뭇가지 숲에 얹혀 꽁꽁 얼어붙은 눈꽃밭을 두고 작가는 눈도 아니고 숲도 아닌 ‘바람이 가는 길’(2020·The Wind Trail)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작가 김건일(48)은 ‘상상의 숲’을 그린다. 작가에게 ‘숲’은 사람의 욕망이나 감각으로 들어서는 창구이자 상징적 표상이란다. 누구나 미혹에 휩싸이지만 막상 발을 떼는 데는 현실을 이겨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깔았다. 그러니 저 안에 들어서는 데는 상당 부분 열망을 옥죄는 상상력이 필요한 거다. 작가는 작가대로 충실했다. 물감을 덧칠해 화면을 덮기보다 지우면서 비워내는, 여백을 위한 내적 갈등을 겪어냈으니까.

150호 대작으로 그린 작품에서 시선을 끄는 또 하나는 색이다. 차갑고 냉정한 푸른빛을 주조색으로 들이면서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온기를 초록빛에 입혀내고 있다. 그 초록빛이 또 다른 유혹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영리한 그리기가 아닌가. 그 길로 들어설 건가 말 건가는 전적으로 보는 이의 의지, 상상해보려는 그 의지에 맡겨뒀으니.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페이지룸8서 여는 개인전 ‘길 위의 모습’(A Space on the Road)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87×227㎝. 작가 소장. 페이지룸8 제공.

김건일 ‘바람 두 그루’(2021), 캔버스에 오일, 53×45.5㎝(사진=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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