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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주가 롤러코스터에 손절? 버티기?… 상장사 M&A 골머리

김성훈 기자I 2022.07.27 06:30:00

M&A 이후 상장사 주가 '롤러코스터'
매각측·원매자 밸류 산정 '신중모드'
M&A 나서야 하는 상장사들도 난처
'손절이냐, 버티기냐'…커지는 고민
아예 상장사 지위 내려놓는 경우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인수합병(M&A)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치열한 조사와 협상 끝에 인수한 상장사 주가가 끝 모르고 빠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일시적 현상’ 내지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매각 측과 원매자 모두 신중해졌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는 상장사들도 ‘손절이냐, 버티기냐’를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인수하자마자 주가 뚝뚝…‘잘 산 거 맞나요?’

26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최근 M&A를 진행한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한샘(009240)은 주당 22만원 수준에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종가 기준)는 5만6600원으로 2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6월 PEF 운용사인 베어링PEA가 인수한 PI첨단소재(178920)도 주당 8만300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이날 3만5300원으로 마감하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인수 소식을 알린 당시 주가(5만500원)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주가가 43%나 빠졌다.

지난해 5월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해 법적 공방을 다투고 있는 남양유업(003920)의 상황도 흥미롭다. 당시 주당 82만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현재 주가는 36만7500원에 불과하다.

당시 주가를 박하게 책정받았다는 생각에 매각 ‘노쇼’(예약 미이행)까지 감행한 점을 고려하면 “법적 공방 대신 파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업계에서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일시적인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주가 하락이며, 머지 않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등 본질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변함없기 때문에 당장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주가 급락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손절이냐, 버티기냐’ 기로…상장폐지 강수도

더 큰 문제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장사 매물이다. 시장에서 몸값 4조~5조원을 점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020150)는 26일 현재 시가총액이 3조3400억원까지 빠지면서 희망 매각가 사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8200원대에 머물고 있는 락앤락(115390)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인수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한 계획을 짜야 할 시기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나다 보니 쉽사리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원하는 가격에 파는 것을 접거나 버티기에 돌입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장사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매각 작업을 공식화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지난 3월 상장 폐지를 감행한 배경에는 주가가 몸값 산정에 연동된다는 점을 극복하려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보호차원에서 비상장사를 선호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며 “인수한 매물(수익률)이 깨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장사 인수에 신중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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