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상자산 과세 유예…동학·서학개미와의 형평성

양희동 기자I 2021.12.01 05:00:00

대선 앞두고 여야 합의해 가상자산 과세 1년 미뤄
국내 주식과 동일한 5000만원 비과세 논의도 진행
동학개미는 거래세도 내, 서학개미는 비과세 250만원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 공략이 자칫 稅 불공정 우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내년부터 정부가 양도소득세(양도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최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1년 미뤄지게 됐다. 앞서 여야는 불과 11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022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과세자료 추출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세 시점을 기존 2021년 10월에서 1년 3개월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는 업계의 요청보다 대폭 단축한 3개월 유예로 결론짓고 2022년 가상자산 과세를 확정했었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이데일리DB)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500만명에 달하는 2030세대 중심의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을 의식해, 기존 결정을 뒤집고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과세 1년 추가 유예를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가상자산의 과세 시기를 늦추는데 그치지 않고, 비과세 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국내 주식 등을 통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를 시행하면서 비과세 한도로 정한 5000만원과 똑같이 맞추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수익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간주해 국내 주식과 같은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가상자산 등은 각각의 과세 목적과 원칙 등이 있는 만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기준을 바꿔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특금법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라고 정의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의 대상이 되는 주식이나 채권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우리 기업에게 사업·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어, 시세차익이 주된 목적인 가상자산 거래와는 차이가 있다. 또 IPO는 불투명한 절차 등으로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가상화폐공개(ICO)와는 달리 금융 당국의 엄격한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 수익을 금융투자소득과 동일하게 비과세 혜택을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주식 투자자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있다. 동학개미들은 2023년 이후 양도세와 함께 거래세(0.15%)까지 계속 내야 해, 거래세가 없는 가상자산 투자에 자칫 지나친 혜택을 줄 여지가 있다.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해외 주식의 경우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이고 거래세가 없지만, 유예기간 없이 매년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만약 가상자산에 대한 비과세 확대가 결정되면 서학개미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강제로 징수하는 세금이 정당성을 가지는 이유는 합의된 분명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표심을 의식해 그 원칙이 흔들린다면, 또 다른 표심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2030세대가 원하는 것은 ‘공정’이지 ‘특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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