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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유연석의 '본다' 또 '본다' 그리고 '본다' [인터뷰]①

김가영 기자I 2023.02.10 09:12:50
유연석(사진=킹콩by스타쉽)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배우 유연석의 눈빛이 제대로 빛났다. 많은 대사 없이, 눈빛의 변주만으로 감정을 오롯이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의 이해’를 통해 보여주며 얼마나 깊이 있는 배우인 지를 증명한 것이다.

유연석은 지난 9일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JTBC ‘사랑의 이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서로를 원하고 좋아하지만 엇갈리기만 하는 상수(유연석 분), 수영(문가영 분)의 복잡한 감정이 16부를 채우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풍부한 연기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불렀다.

유연석은 반듯하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자신의 몫의 일을 넘치게 잘 해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주춤하고 어눌해지는 하상수 역을 맡아 출연했다. ‘사랑의 이해’는 대사가 많은 드라마는 아니다. 인물들의 표정이나, 눈빛 만으로 그의 생각을 전달하는 정적인 드라마.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가 느린 템포의 드라마고 역경을 이겨내거나 시공간이 있는 설정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했는데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순 없지만 누군가에겐 기억이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며 “회차가 거듭할수록 시청자 층이 두터워지고 몰입해가는 걸 봤다. 드라마에 맞춰서 물어보실 것도 많다고 생각을 해서 인터뷰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연석의 말처럼, ‘사랑의 이해’는 물어볼 것이 많은 드라마다. 드라마의 제목은 ‘사랑의 이해’이지만, 이해(理解)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시청자 반응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이해(理解)’가 아닌, ‘사랑의 이해(利害)’다.

유연석(사진=킹콩by스타쉽)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의 ‘이해’는 두 가지 의미로 시작됐던 것 같다”며 “넷플릭스에 등록할 때도 영어 제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우리 드라마는 득과 실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다. 배경도 돈이 오가고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은행이라는 공간이고. 사랑에 대해서 모두가 이해하라고 하는 드라마는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이해가 안될 거다. 왜 저렇게 행동을 하는지 이해 못하고 답답한 게 많을 텐데, 그게 우리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유연석의 말처럼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왜 좋아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지 않을까, 왜 마음이 가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열애를 시작하는 걸까, 왜 저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등.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부분들이 드라마의 과몰입으로 이어졌다. 이런 답답함이 과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호감 덕분이다. ‘사랑의 이해’ 속 인물들은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답답함을 안기지만, 미워할 수 없다. 또 응원하게 된다. 이는 배우들이 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덕분이다.

유연석은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이해하고,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이상적인 사랑을 해나가는 인물이 아니다”며 “상수도 완벽하지 못한 인물인데 현실이 그렇다. 완벽한 인물이 어디있겠나. 그런 연기를 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상수의 선택이 이해가 안갈지언정 어떤 감정들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표현해나가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저의 감정들은 설득이 된다고 얘기를 해주시고, 예전에 보지 못햇던 멜로이지만 표현들이 잘 되고 있다는 칭찬의 글이 있어서 좋았다”며 “이전에 드라마 속에서 멜로 라인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정통 멜로를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칭찬을 해주시는 걸 보면서 멜로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계장님 멜로 눈빛 나온다’는 좋은 글을 많이 본 것 같다”고 웃었다.

‘사랑의 이해’는 이처럼 등장인물들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오롯이 전달되며 드라마의 과몰입을 불렀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가 전달됐을 정도.

유연석은 “지문에 어느 정도로 표현이 돼 있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운다’ 정도다. ‘눈물을 한방울 흘린다’ 이런 식으로 돼 있진 않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신을 준비하기까지 힘들었다”며 “이 신을 하기 전까지 상황이 되어보고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하고 그랬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할 때는 수월하게 금방 끝났다. 감정신들에 집중하면서 수월하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연석(사진=킹콩by스타쉽)
특히 ‘사랑의 이해’는 유연석의 ‘멜로 눈빛’이 화제가 되기도. 유연석은 “눈빛의 깊이, 농도를 어떻게 조절하나”라는 질문에도 “상수 같은 경우에는 말을 아끼고 ‘그저 바라본다’는 상황이 많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바라보는 지를 고민을 한다. 지문에는 바라본다고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 사람을 바라볼까, 무슨 감정들이 요동칠까 그런 걸 고민하다 보면 다른 상황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눈빛의 농도가 다르게 보인 것 아닐까. 감정들에 집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사가 많은 연기와 또 대사가 적지만 표현해야하는 것들이 많은 연기. 유연석은 대사가 적지만 표정만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 하상수의 연기가 훨씬 고민이 깊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사는 1차원적으로 빠르게 내 감정이나 생각들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고 상수 같은 경우는 눈빛으로 표현을 하고 내레이션으로 대체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저 바라보는데 얘가 왜 이렇게 말을 못하고, 말을 아끼고 그러는지. 그게 제일 어렵다”며 “지문에는 ‘본다’가 많다. 어떻게 볼까. 무슨 감정의 변화가 있을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볼 수 있나? 보지 말아야하나? 외면해야 하나? 뚫어지게 봐야하나? 그런 고민들이 들고 또 거기에서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이해’로 다시 한번 재평가된 ‘멜로 눈빛’ 유연석. 그는 영화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tvN ‘응답하라 1994’, ‘미스터 션샤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온 배우다.

그는 “안했던 것,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끊임 없이 궁금하게끔 만들고 싶은 게 욕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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