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株 왜 하락하나 봤더니…임원들 매도했다

김응태 기자I 2022.12.07 04:33:00

네옴시티주 단기 급등에 임원 주식 매도 행렬
코오롱글로벌, 임원 하루만에 11.7억 매각
한미글로벌, 290억원 규모 자사주 처분
본사업 발주 전 주식 매도에 투자자 불안↑
증권가 "실질적인 사업 능력 따져야"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네옴시티 수혜주로 부상한 기업의 임원들이 잇달아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들이 먼저 주식을 매도하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부유식 첨단산업단지 네옴시티 옥사곤. (사진=이데일리)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옴시티 수혜주로 분류되는 코오롱글로벌(003070)은 지난 2일 주요 비등기임원이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A부회장은 보유 주식인 3만8727주를 지난달 29일 장내 매도했다. 처분가격은 2만8354원으로 총 10억9807만원을 현금화했다. 같은 날 B상무도 1674주와 427주를 각각 2만8200원, 2만8600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 5942만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C상무도 보유하고 있던 500주를 2만8350원에 장내 매도해 1418만원을 현금화했다. 하루 만에 총 3명의 비등기임원이 11억7167만원을 현금화하면서 시장에는 4만828주가 풀린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D상무가 1500주를 2만3000원에 장내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D상무는 345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주요 임원이 매도한 주식이 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코오롱글로벌의 주가는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고꾸라졌다. 임원들의 매도 전날인 28일 종가는 2만8900원 수준이었지만, 매도 당일인 29일에는 전날 대비 2.08% 하락한 2만83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줄곧 하락하면서 이날 기준 2만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네옴시티 관련주로 묶이는 한미글로벌(053690) 역시 주요 임원들의 매도가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한미글로벌의 비등기임원인 A부사장은 852주를 4만900원에 매도해 3485만원을 현금화했다. 또 B부사장은 지난달 15일 우리사주조합 조합원계정에 본인계정으로 1800주를 인출한 뒤, 다음 날 주당 4만1826원에 장내 매도하면서 7529만원을 현금으로 확보했다.

아울러 한미글로벌은 지난달 15일 70만주를 주당 4만1610원에 외국계 해지펀드 4곳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는 총 291억2700만원 규모다.

한미글로벌의 주가 역시 자사주 처분과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후 약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70만주의 자사주 처분 결정 당일인 지난달 11일 주가는 4만5050원이었지만 다음 날에는 2.77%, 2거래일 뒤에는 8.22% 하락했다. 이후 임원들의 매도 공시로 지난 17일에는 3만6000원대로 내렸으며, 이날 주가는 3만3000원까지 주저앉았다.

네옴시티 수혜주들이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하기 전이지만 주요 임원들이 먼저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일부 소액 주주들은 “임원이 빼는 주식을 누가 매수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증권가에선 현재 이들 기업의 수주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처리, 모듈러, 스마트팜 사업에서,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PM)에서 수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은 사우디 기업과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한미글로벌은 자회사를 포함해 7건의 건설사업관리(PM)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체결된 계약은 업무협약 수준이거나 소규모 계약인 만큼, 향후 본 사업 진행 경과를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삽을 뜨기 시작한 시점에서 프로젝트가 반드시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큰 부분으로 실현 가능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네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PMC) 선정 및 기초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핵심 프로젝트 발주 시점에는 수행 능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의 참여가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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