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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라 부르며 낮술도…폐지 줍던 여성은 이웃에 살해당했다 [그해오늘]

권혜미 기자I 2024.04.23 00:00:05

2022년 발생한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40대 박씨, 이사비용 위해 피해자 집 침입
강도 계획했지만…피해자 들어오자 ‘살해’

아파트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박씨.(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022년 4월 23일.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이 부검을 통해 타살 정황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로 세 딸을 키우다 자녀들이 독립한 후 홀로 남게 된 60대 여성 A씨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평소 폐지를 수집하면서 경제 활동을 이어갔으며, 자녀들은 명절 때마다 사위와 손주들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오곤 했다. A씨는 아파트 내 마트 주인, 관리사무소 직원 등 동네 주민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4월 22일. A씨를 관리하던 사회복지사는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곧바로 A씨 자택에 출동한 경찰은 집 안에서 이미 사망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60대 여성 A씨의 사망 당시 자택 내부 모습.(사진=E채널 캡처)
키 155cm에 몸무게 40kg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던 A씨는 발견 당시 손과 발 등 신체 일부가 묶여있는 상태였다. 얼굴은 박스테이프로 결박돼 있었는데, 이를 벗기자 입 안엔 구겨진 마스크가 발견됐다. A씨의 속옷 안에는 통장 8개가 들어있었고 A씨의 돈 190여 만원이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시신을 발견한 당일이나 그 전날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타살 정황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A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40대 남성 박모씨였다. A씨와 박씨는 친한 사이로, A씨는 박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해주는 등 박씨를 가장 먼저 도와주기도 했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사망 전 A씨는 박씨와 아파트 인근 공터에서 낮술을 마시는 등 일부 동선이 겹쳤다. 결정적인 증거는 박씨의 지문이었다. A씨 집에서 나온 쪽지문(일부만 남은 지문 자국)과 박씨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90% 이상 일치한 것이었다.

수사에 박차를 가한 경찰은 A씨의 시신을 발견한 지 3일 만인 25일 오전 12시57분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서 박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박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달아나 해당 모텔에 숨은 것으로 드러났다.

6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40대 박씨가 부천의 한 모텔 카운터에서 돈을 지불하고 있다.(사진=채널A 캡처)
박씨는 영구 임대아파트 입주 권리자였던 어머니가 숨지면서 퇴거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어머니 보험료 등으로 받은 1500만원은 유흥비로 이미 탕진한 뒤였다.

결국 박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A씨가 돈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가 폐지를 팔러 간 사이 집 안의 돈을 훔치려 했지만, A씨가 갑자기 귀가를 해 살인을 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었다.

2022년 9월 열린 1심에서 박씨는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박씨를 평소 조카처럼 여겼고 박씨도 (피해자를) ‘이모’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다”며 “좋은 관계를 배신해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 당시 모친을 여의고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였던 점, 처음부터 강도나 살인을 계획하지는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 박씨는 2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돼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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