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보 재정 등치는 불법 병원ㆍ약국, 더 보고만 있을 건가

논설 위원I 2022.11.28 05:00:00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과 면허대여 약국을 통칭하는 ‘불법개설기관’으로 새나가는 피해가 계속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악성 고질병으로 굳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13년 동안 불법개설기관 1670곳이 과잉 진료와 허위·부당 청구를 통해 건보에서 3조 1731억여 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환수된 금액은 2154억여 원으로 지급액의 6.8%에 그쳤다. 나머지 2조 09576억여 원은 관련 수사 장기화, 환수 대상자 도주 등으로 인해 환수되지 못했다.

다달이 적잖은 건강보험료를 내는 일반 국민은 건보의 불법적 누수가 만성화되고 있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건보공단과 정부가 앉아서 통계나 내며 팔짱만 끼고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건보가 불법 병원·약국의 꿀단지 노릇을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보공단이 밝힌 피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적발되지 않은 불법개설기관으로 새나가는 돈이 훨씬 더 많을 수 있어서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건보공단도 나름대로 불법개설기관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기는 하다. 중기 건보 재정 건전화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법개설 의심 병원·약국에 대한 행정조사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불법개설 의심 병원·약국에 대한 자체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관련 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한 지도 오래됐다. 현장조사에 나서도 수사권이 없어 관련자 직접 조사와 계좌 추적을 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의사단체를 비롯한 이익관계 집단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법 개정은 번번이 무산됐다.

불법개설기관은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외에 의료 현장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아 국민 피해를 더 키운다. 속성상 돈 버는 데에만 집중해 과잉·저질 진료와 의약품 오·남용을 서슴지 않는다. 불법개설기관으로의 건보 재정 누수를 막는 일을 더 이상 건보공단에만 맡겨둘 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건보공단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포함한 근절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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