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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암보험도 일괄구제 권고하나

김경은 기자I 2018.08.02 04:00:00

이달 중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모호한 약관 이유로 '일괄구제 권고' 가능성 커
업계 "비급여 과잉진료 양산 우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즉시연금 사태가 법적 다툼으로 가기로 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암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문제가 또다시 보험업계 화두로 떠오를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와 관련한 민원에 대해 조만간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즉시연금처럼 애매한 약관 문제를 들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조위 결정 수용 단계부터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 암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이달 분조위 열려

1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4월 민원이 집중 제기된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안건을 검토, 이달 중순께 분조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암요양병원 입원비 문제는 지난 3월 보험사들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민원인들이 금융감독원에 단체 민원을 넣으면서 이슈가 부각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암 입원 관련 민원만 95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암보험 이슈는 해묵은 논쟁이다. 하지만 암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한 분조위 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이 암의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비자들의 단체행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보험사와 소비자들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둘러싸고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의 입원에 대해 해석이 크게 갈리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각 사별로 약관의 해석을 두고 보험금 지급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한 사례에 따르면 3곳의 생명보험사가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원인 A씨는 A사, N사, M사 3곳에서 암 특약에 가입한 상태다. 지난해 갑상선암 수술 뒤 요양병원에 입원해 암세포 재발을 막기 위한 동위원소 치료를 장기간 받았다. 이에 대해 A사는 동위원소 치료가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암 입원·요양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반면 다른 두 곳은 약관에 명시한 암 입원비를 전액 지급했다.

◇ 또 모호한 약관이 문제…금감원, 일괄구제 권고 가능성↑

최근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사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보험사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즉시연금과 마찬가지로 모호한 약관상 문제를 들어 모든 가입자에 대한 ‘일괄구제’를 권고할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치료 종결시점까지 자유롭게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 특성상 불필요한 비급여 과잉진료가 양산될 수 있다”며 “보험금 누수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또 다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690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16년에 1428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08~2016년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료행위) 진료비는 2.6배 증가했지만, 요양병원 진료비는 그보다 높은 4.7배나 됐다.

최근엔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암보험 가입자들이 지난 24일 금감원에 국민검사청구권을 행사했다. 금감원은 향후 심의위원회를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암보험을 지목하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분쟁 현안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암보험과 관련한 분쟁 처리와 별개로 암과 관련한 직접 치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암보험 약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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