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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30일 10월부터 계약전력 300킬로와트(㎾) 이상의 산업·일반용 대용량(고압 B~C, 대기업용)의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16.6원 올리기로 했다. 주택용 등 전체 전기료 인상액(7.4원/㎾h)보다 2배 이상 더 올렸다. 중소기업이 쓰는 ‘고압 A’의 요금 인상액(11.9원/㎾h)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크다. 대기업용 전기요금을 크게 올려 한전이 오롯이 떠안았던 국제 에너지값 급등의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력 다소비 50대 기업의 올 1분기 전기요금은 총 3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h당 97.22원에 전력 사용량 3만965기가와트(GWh)를 곱해 산출한 것이다. 이후 전기요금은 2분기 6.9원/㎾h, 3분기 5.0원/㎾h 오른데 이어, 10월부터는 16.6원/㎾h이 추가 인상됐다. 이에 따라 올초 1㎾h당 97.22원이었던 전기요금은 125.72원으로 28.5원 상승했다. 인상률은 28.9%다.
전력 다소비 50대 기업이 1분기와 똑같은 양의 전력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1분기 3조100억원 △2분기 3조2240억원 △3분기 3조3790억원 △4분기 3조8930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10월 인상으로 인해 4분기에는 5140억원이나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국내 최다 전력 사용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 4741GWh의 전력을 사용해 4610억원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2분기 4936억원, 3분기 5173억원에 이어 4분기엔 5960억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당장 4분기에만 전기요금 부담이 800억원 더 늘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에 비해선 1300억원 이상 증가한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 바 3고(高) 악재 속에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조치로 전력 다소비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고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기업에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값 급등으로 한전이 올해 30조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기요금을 인상을 억누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인상으로 추가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정부는 주택용 전기료 인상액이 4인가구 기준 월 2270원으로 전체 물가에 끼칠 영향이 0.1%포인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이한다면 물가 상승률은 정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도 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보조금 지급도 검토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근본 해법은 기업과 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통해 시장 원리와 원가에 기반한 가격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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