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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궤변 배틀' 모음집, 우리의 통념 흔들다

김미경 기자I 2022.08.10 00:20:00

궤변 말하기 대회
김동식|200쪽|요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한 지 37일 만이다.

앞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 경찰직장협의회, 전국경찰서장회의 등의 이름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런(모임) 시작에서 비롯됐다”며 경찰의 집단행동을 ‘쿠데타’에 빗댔다. 와중에 때아닌 ‘쿠데타’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 내부 반발을 관리해야 할 장관이 현실성 없는 내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궤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어사전에 궤변은 ‘상대편의 사고(思考)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양 꾸며대는 논법’이라고 적시돼 있다.

책은 ‘궤변 배틀’의 모음집이다. 2018년 데뷔작 ‘회색 인간’으로 문단계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저자의 첫 연작소설이다. 거짓말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소설 속 TV 프로그램 ‘궤변 말하기 대회’에는 매회 다른 참가자들이 나와 자신만의 궤변을 늘어놓는다. ‘궤변 배틀’을 주제로 누가 궤변을 논리적으로 잘 포장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자는 동안 미리 지옥의 벌을 경험해 사후에 겪을 형벌을 탕감해 주는 ‘사후보장보험’을 파는 사람, 인류 멸망을 위해 계략을 꾸미는 인류멸망위원회 멤버, 외계의 휴양지인 지구를 더럽힌 인간이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종말론자 등 각양각색의 언설이 난무한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궤변’이라는 소재를 만나 우리의 통념을 흔든다. 괴짜 참가자들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색다른 통찰력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우린 무엇이 궤변이고 무엇이 사실인지도 모르는, 성공한 궤변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설 속 문장이 솔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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