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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성추행당했다는 말에" 교사 살해한 어머니, 결국...[그해 오늘]

박지혜 기자I 2024.02.03 00:03:5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딸 아이를 성추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서 따지다가…”

2017년 2월 3일, 경찰은 청주의 한 고교 취업담당 계약직 교사(취업지원관) A(당시 50)씨를 살해한 김모(46·여) 씨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김 씨의 딸 B(당시 18)양은 같은 해 2월 1일 취업 상담을 위해 만난 A씨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함께 노래방에 갔다.

그 다음 날 오전 B양은 어머니 김 씨에게 “A씨가 노래방에서 나를 성추행했다”고 말했고, 김 씨는 곧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자 오후에 직접 만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크게 다친 A씨는 112에 신고한 뒤 걸어서 병원으로 가던 중 길에 쓰러졌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김 씨는 범행 후 달아났다가 남편의 설득에 1시간여 뒤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흉기를 김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앞 쓰레기장에서 수거했다. 김 씨는 A씨를 만나러 가기 전 집에 있던 과도를 가방에 넣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처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씨는 2017년 6월 2일 1심에서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 피해자와 자신의 동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비춰보면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가 피해자에 있다 하더라도 사적인 복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 씨에 대한 법원 판결과 하루 전날 나온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30대’에 대한 판결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후자는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2년을 감형받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엽기적인 폭행치사범에게는 관대한 반면,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어머니에게는 가혹한 처벌을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범행이 우발적인지 계획된 것이었는지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씨 사건에서 정상을 참작하면 자칫 사적 복수를 용인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더욱 엄중한 판결이 나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후 김 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017년 12월 21일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엄벌을 원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점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며 참회하고 있는 점,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빼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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