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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일선에 선 국조실의 ‘조용한 탱크’[차관열전]

조용석 기자I 2023.11.13 05:00:00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
과학·외교·정무 얽힌 후쿠시마 오염수…국민 불안 대응 ‘앞장’
태양광 비리, 빈대 대응 등 주요 국정현안 대부분 담당
온화한 성품에 깔끔한 일처리…위아래 신망 모두 두터워
격무로 즐기던 막걸리도 끊어…재산 욕심 없는 소탈한 공직자

차관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 장관을 보좌해 소관업무와 공무원을 지휘하는 정무직 공무원’ 입니다. 정무직이면서도 실질적인 행정적 업무도 수행하기에 안팎 살림을 모두 맡고 있지만, 장관의 그늘에 가려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데일리는 아직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각 중앙행정부처의 차관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한 관점이나 신뢰성에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으니 특정 국가나 단체에서 불안한 시선을 제기할 수는 있겠죠. (중략)그래서 IAEA 혼자 (오염수 검증을)하는 것이 아니고 11개 전문가를 각국에서 한사람씩 선정해 TF를 구성한 것이고요, 추가로 우리나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나 다른 국가의 연구소도 참여했지 않습니까.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각국이 요구한 것이고, 그것이 반영돼 검증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6월22일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 브리핑>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차관급)이 지난 6월15일부터 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했던 발언이다. 국조실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을 통할해 국무총리를 보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앙행정기관으로, 코로나19 대유행 등 범부처가 참여하는 국정 주요 현안 때마다 중심에 선다. 박 차장이 원전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함께 외교, 수산물 안전 등 숱한 이슈가 얽힌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 브리핑을 주재하게 된 이유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 7월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태양발전 등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2차 점검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과학·외교·정무 얽힌 후쿠시마 이슈…국민 불안 대응 ‘앞장’

지난 9일 100회차를 맞은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이 대국민 소통창구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데는 30년 넘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국조실에서 다른 부처와의 조율 역할을 해온 박 차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특유의 차분한 성품과 담백한 발언으로 현안을 정면 대응해 오염수에 대한 대국민 우려를 낮추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3차까지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지 않는 등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 배경에는 후쿠시마 브리핑 효과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세종시에 집이 있는 박 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브리핑을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면 서울에 올라와 5일간 지낸 뒤 금요일 저녁에야 내려가는 강행군을 불사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박 차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 때문에 주 5일을 서울에 숙소를 잡고 청사 인근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수많은 현안이 마치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얽힌 오염수 브리핑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조실 고용식품의약정책관실 내 후쿠시마 대응팀 인력을 4명에서 5명으로 늘려 운영한 것도 박 차장의 결정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인사조직을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기획관을 맡아 인력을 추가배치해 효과를 봤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소진되지 않기 위해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며 “박 차장 스스로도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을 위해 전담 직원들과 함께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의 업무는 △국정현안 대응 △국정협의체 운영 △국정과제 점검 관리 △정부업무평가 △청년정책 △부패예방 및 공직 기강확립 등이다. 특히 국정현안 대응이 주요 업무이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외에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외국인력 통합관리 실무 TF, 빈대 확산방지 정부합동회의까지도 그의 몫이다. 재난의 규모가 커지고 중요도가 높아져 범부처 대응이 필요해지면 사실상 모두 그의 업무가 되는 셈이다. 차관에 오르기 전 국정운영실장을 역임했던 박 차장은 전체적인 그림을 잘 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양광 비리가 세상에 드러난 것 역시 박 차장이 단장을 맡은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성과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과 올해 7월 1,2차 점검을 통해 허위 세금계산서 등 위법·부적정 집행사례 7626건(8440억원 규모)를 적발했다. 이중 901명(3828건)을 수사의뢰했고 현재 680억원의 환수를 추진 중이다. 282억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 위법·편법 집행사례를 적발한 것도 추진단의 성과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달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 = 뉴시스)


온화한 성품에 깔끔한 일처리…위아래 신망 모두 두터워

국조실 안에서는 박 차장을 두고 ‘조용한 탱크’라 평가한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이다. 노형욱 전 국토부장관이 국조실장 재직 당시 박 차장을 임상준 현 환경부 차관과 함께 가장 아꼈던 이유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품, 깔끔한 일 처리 능력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국조실 고위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박 차장의 능력을 알지만 튀는 성품이 아니라 외부에서는 잘 모른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덕분에 뒤늦게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온화한 성품의 박 차장은 국조실 내부에서 위아래 모두 신망이 두텁다.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일의 핵심을 신속히 파악해 방향을 정해주고 이후 후배들에게 위임해 일을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또 다른 국조실 관계자는 “후배들이 타 부처와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 타 부처 실·국장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나서 일을 풀어주기도 한다”며 “신망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조용한 소통을 즐기는 박 차장은 종전에는 후배들과 막걸리 등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었으나, 현재는 격무로 인해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치아가 좋지 않아 음주를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조실에서는 박 차장이 막걸리 등 가벼운 술도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더 일에 파묻혀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농담도 나온다.

박 차장은 재산 욕심이 없는 소탈한 관료로도 유명하다. 박 차장은 지난 3월 재산신고 때 경기도 파주의 아파트(3억4900만원), 세종시 아파트 전세권(2억원), 채무(4억3000만원) 등을 포함해 2억857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가 신고한 차량은 10년된 2014년식 그랜저와 2014년식 K3로, 두대를 더한 가액은 1050만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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