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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에 엄마 죽인 아빠, 절대 감형해주지 마세요” [그해 오늘]

강소영 기자I 2024.04.06 00:01:00

상습 가정폭력 저지르던 40대 남성
딸들 만나는 아내 기다렸다 무참히 살해
“아빠는 심신미약 아냐, 꼭 벌 받기를”
재판부 “무자비하고 잔혹”…징역 25년 선고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9년 4월 6일,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A씨의 아내는 평소 상습적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A씨를 피해 2017년 세 딸과 집을 나간 후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범행 당일인 2018년 7월 13일 오후 8시 20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주택가 골목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내의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당시 A씨는 하교 후 귀가하던 자녀들을 뒤따라가 기다리다가 집 밖으로 나온 아내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아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과다출혈로 이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A씨가 아내를 살해한 날은 세 자녀 중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큰 딸 B양의 생일이었다.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했던 A씨는 하루 뒤인 7월 14일 오후 10시 인천 중부경찰소 송현파출소를 찾아가 자수하며 체포됐다. A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아내가 자녀를 만나게 하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감 중 정신감정 등을 신청하며 감형을 노리는 듯 보였다. 그러자 사건 현장에서 이를 모두 목격해야했던 B양은 직접 아버지의 엄벌을 요청했다.

B양은 2018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구월동 살인사건의 셋자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빠 없는 네 식구 생활은 비좁은 월세방이었지만 아주 행복했다”며 “아빠라는 사람이 소중하고 필요한 엄마를 제 생일날 끔찍하게도 제 눈앞에서 엄마를 해쳤다”고 참담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어 “15년 동안 나의 아빠였던 사람이지만 부디 심신미약이라는 것으로 벌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며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B양의 우려대로 A씨는 재판과정에서 “병으로 인지기능에 저하돼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결정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병으로 치료를 받은 건 인정되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형을 받아들인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다른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도 개의치 않고 대담하게 범행했고, 그 수법이 상당히 무자비하고 잔혹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 동기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 책임을 경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사망하는 순간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자녀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두게 됨으로써 사실상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가게 됐다”며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6월 24일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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