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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네·카…2020년으로 돌아간 증시

김겨레 기자I 2022.06.21 00:02:26

코스피 시총 2000조 무너져
연일 하락에도 개미만 '물타기'
"이익 추정 하향될 수도…저점 매수 신중"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코스피지수가 2400선마저 내주면서 국내 주식 가격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는 연일 하락하는 주식을 순매수하는 ‘물타기’에 나섰다.

유동성 파티 끝…지난해 상승분 반납한 증시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90포인트(2.04%) 하락한 2391.0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882조2787억원으로 2020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어’가 줄줄이 상장하면서 코스피 지수 하락에도 시가총액은 2000조원을 지켰지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1100원(1.84%) 내린 5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6만전자’가 깨진 뒤에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50조4262억원으로 지난 2020년 11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급등했던 NAVER(035420)카카오(035720)도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이달 들어 종가 기준 주가가 단 하루도 상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양새다.

75조원에 달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40조원 아래로 떨어져 각각 2020년 6월, 11월 때 시가총액과 비슷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고점 대비 각각 35조원, 44조원 이상 증발했다. 카카오는 시총 30조원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 때 코스피 시총 3위 자리를 두고 다퉜던 두 종목은 20일 기준 시총 8위, 10위로 밀려났다.

다른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SDI(006400) LG화학(051910) 현대차(005380) 셀트리온(068270) 등도 지난해 상승분을 반납하고 2020년 수준 주가로 회귀했다.

개미만 ‘사고 또 사고’…낙폭과대주 물타기

미국의 긴축으로 외국인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개인 투자자는 저가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던 16일 하루만 순매도하고 나머지 거래일에는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6일 하루를 제외하고 이날까지 코스피를 연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낙폭 과대주로 향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가 신저가를 경신하며 하락하는 동안 개인은 3조26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2조536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주가가 12.5% 내린 SK하이닉스(000660)를 3172억원, 11.00% 내린 삼성전기를 2294억원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각각 18.12%, 34.12% 하락한 카카오(035720)카카오페이(377300)도 2003억원, 1842억원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선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이를 추격매수하는 ‘물타기’를 경고했다. 최근 주가 하락이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주가 하락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매도 실익은 크지 않다”면서도 “주가가 빠졌더라도 향후 이익 추정치의 하향이 더 커지며 ‘밸류에이션 트랩’에 빠질 수 있는 기업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로 금융위기 당시인 0.83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내년 이익 추정치가 올해와 비교해 하향될 것을 가정하면 코스피 PBR은 다시 1배를 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외 다른 종목·섹터의 이익추정 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저점 매수의 시점과 강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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