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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순위 2위 아닌 3위 목표' 우울한 한국 스포츠, 항저우서 희망찾을까[아시안게임]

이석무 기자I 2023.09.22 06:00:00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개막을 이틀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와 임원들이 21일 중국 항저우시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입촌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며 대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개막을 이틀 앞두고 21일 중국 항저우시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해로 19회를 맞는 하계 아시안게임이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래 5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이 대회 개최를 1년 연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3년에 열리는 대회임에도 공식 명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다인 선수와 임원 1140명을 파견한다. 양궁과 수영, 태권도, 소프트테니스, 바둑 등 강세 종목을 앞세워 금메달 50개 이상 수확해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종합순위 3위 목표는 한국 스포츠의 아쉬운 현실이 잘 담겨있다. 한국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개최국 이점을 등에 업고 금메달 93개로 사상 처음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숫자도 94개를 획득한 중국에 1개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당시 메달 총수(224개)는 중국(222개)보다 2개 앞섰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54개를 수확해 종합 2위를 달성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선 다시 3위로 내려앉았지만 개최국 일본과 금메달 숫자는 1개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일본 64개, 한국 63개)

이후 1998년 방콕 대회(금메달 한국 65개, 일본 52개), 2002년 부산 대회(금메달 한국 96개, 일본 44개), 2006년 도하 대회(금메달 한국 58개, 일본 50개), 2010년 광저우 대회(금메달 한국 76개, 일본 48개), 2014년 인천 대회(금메달 한국 79개, 일본 47개)까지 한국은 종합 2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다시 종합 2위 자리를 내줬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래 24년 만이었다. 당시 일본은 금메달 75개를 따냈지만 한국은 49개에 그쳤다. 금메달 숫자에서 무려 26개나 차이가 났다.

2014년 인천 대회와 비교해 한국의 금메달 숫자는 30개나 줄어든 반면 일본은 28개나 늘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0개 미만을 기록한 것은 뉴델리 대회 이후 36년 만이었다.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한국, 중국, 일본의 3파전이다. 실질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2위 싸움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종합순위 3위 목표는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것이 한국 스포츠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일본에 비해 스포츠 저변이 턱없이 얕다. 그 간격을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집중 육성과 정책적인 지원으로 메웠다. 메달리스트 병역혜택 및 연금, 체육특기자 제도 등이 그렇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선 그런 당근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국력’이라는 이미지가 퇴색하면서 전문체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면 아래서 오랫동안 곪았던 스포츠 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국 스포츠는 과도기 길로 접어들었다. 건강한 체질 개선이 진행되는 과정이지만 종합스포츠대회 성적 뒷걸음은 불가피했다.

반면 일본은 2021 도쿄올림픽을 발판삼아 전문체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부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1년부터 5년 단위로 스포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워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 육성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올림픽에선 역대 최고 성적인 금메달 27개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단지 메달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20개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할 만큼 입상 종목이 다양해졌다. 오랫동안 이어진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결과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금메달 격차를 10개 안팎으로 줄인 뒤 2024 파리 올림픽 때 다시 대등한 경쟁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에 매달려 메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스포츠 저변을 늘리기 위해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맞게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대회는 미래 한국 스포츠가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확인할 중요한 시험대다.

최윤 선수단장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파리 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주소와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좋은 기회다”며 “국가대표 선수단이 흘린 땀방울은 한국 스포츠 저변 확대와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스포츠를 통해 많은 사람이 행복했으면 한다. 국민들과 선수들 모두 행복한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항저우의 량주 문화와 역사를 중심으로 꾸민 개막 공연, 각 나라 선수단 입장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개회식과 폐회식 모두 2시간이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스포츠대회 하면 늘 빠지지 않는 화려한 폭죽도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역대 한국인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신기록에 도전하는 펜싱 사브르 간판 구본길과 한국 여자 수영 에이스 김서영이 공동 기수를 맡는다. 우리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개회식을 직접 참관한다.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함께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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