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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팅리 고집도 꺾은 '대물' 시거 "롤린스 돌아와도 몰라"

정재호 기자I 2015.09.16 16:47:41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특급루키’ 코리 시거(21·LA다저스)발 광풍이 LA를 몰아치고 있다.

시거는 지난 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양팀 도합 투수 24명이 투입되는 연장 16회 혈전 끝에 4-5 패로 끝난 1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6타수2안타 1볼넷’까지 12경기에 나와 총 10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선발 출전 기준으로는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만 ‘4타수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을 뿐 전 경기 출루(대타 1경기 제외)에다 10경기의 절반 이상인 6경기를 멀티히트(2안타 이상) 활약으로 장식했다.

아직은 작은 표본에 불과하겠지만 12경기 전적이 ‘18안타 타율 0.419 1홈런 7타점 9득점 2도루 9볼넷 4삼진 OPS 1.156’ 등으로 흠잡을 데 없이 고르고 알차다.

숫자만 좋은 게 아니다. 기술적으로 시거의 타격 유기동작은 나이답지 않게 완성도가 매우 높고 레드킥(타격 시 다리 드는 동작) 등의 군더더기가 거의 없으며 빼어난 선구안까지 과시하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7·다저스)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완성형”이라고 평가한 게 빈말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돈 매팅리(54·다저스)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큼 안정적인 실력을 뽐낸다.

한마디로 공수주를 두루 갖춘 근래 보기 드문 젊고 전도유망한 초대형 유격수의 등장에 전미가 잔뜩 주목하고 있다.

코리 시거가 호쾌한 스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AFPBBNews
다저스는 시거를 승격시킬 때만 해도 사실 이렇게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오른손가락 관절이 다친 지미 롤린스(37·다저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고 내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살짝 메이저리그 물을 먹어보게 하는 걸로 만족하려 했다.

어떤 의미에서 다저스가 시거를 다소 얕잡아(?)본 것이다. 이쯤 되자 매팅리 감독도 그를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졌다.

당초 “롤린스가 건강을 되찾으면 주전 유격수는 무조건 롤린스”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던 그가 연일 몰아치는 시거의 특별한 생산력에 특유의 고집을 꺾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팅리는 거듭된 시거의 주전기용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들이 항상 발전해간다”며 “지금 당장은 건강을 회복하는 몇몇 선수가 있어 시거의 출전시간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거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날그날 플레이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우리들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신경 쓰지 말고 매일의 승리를 필요로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에둘렀지만 ‘롤린스=주전 유격수’라는 확고한 입장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다만 매팅리는 롤린스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님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물론 롤린스는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그래서 9월 나아가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상과 팀내 역할의 축소 같은 일들이 LA에서 맞은 첫해 실망스러운 성적과 맞물려 롤린스의 가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지만 프로야구 세계에도 엄연히 베테랑에 대한 예우라는 게 존재하고 감안해야 부분임을 양해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으로는 단숨에 올스타 유격수 롤린스를 밀어낸 거나 다름없다. 시거의 등장은 그 정도로 화려하고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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