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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부터 최상호까지..후배들을 깨우친 베테랑의 가르침

주영로 기자I 2024.06.10 00:10:00

일흔 앞둔 최상호, 9년 만에 KPGA 선수권 출전
까마득한 후배 김한별, 고군택과 경기
김한별 "함께 경기한 것만으로도 많이 배워"
"'계속 훈련하라'는 선배 조언에 나 자신 반성"
최경주는 최고령 우승으로 도전 정신 다시 전파

9년 만에 KPGA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최상호(가운데)가 6일 1라운드 경기에 앞서 김한별(오른쪽), 고군택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PGA)
[양산(경남)=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최경주(54)에 이어 최상호(69)까지. 한국 남자 골프에서 베테랑의 활약이 후배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선수권 with A-ONE CC(총상금 16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 김한별이 1번홀에서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일 티샷을 날렸다.

김한별은 이번 대회 1,2라운드에서 대선배 최상호와 경기했다. 올해 69세로 일흔을 앞둔 최상호는 프로로 데뷔한 지 48년이 됐고, 골프채를 잡은 지 50년이 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동안 정규 투어 대회에 잘 나오지 않았던 최상호는 67회째 열리는 KPGA 선수권에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모처럼 후배들과 샷 대결에 나섰다.

경기 내용에선 후배들의 상대가 안 됐다. 이틀 동안 10오버파 152타를 쳐 공동 143위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티샷을 260~270야드씩 날렸고, 그린에선 예리한 쇼트게임으로 이틀 동안 2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실력은 예전만 못했으나 최상호의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줬다. 함께 경기한 김한별은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거리가 많이 안 나가셔서 그렇지 그린 주변과 그린에서의 경기력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번 대회 코스가 아니었더라면 오버파 성적은 안 치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한별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바로 대선배가 전한 경험담이었다.

경기를 마친 김한별은 최상호에게 다가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조언을 구했다. 최상호는 “슬럼프라는 것은 훈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라며 “슬럼프가 와도 훈련을 통해 극복하면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한다. 훈련은 투어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항상 들어왔던 조언이지만, 대선배의 한마디를 무게가 달랐고 이는 김한별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김한별은 “항상 들었던 얘기지만, 같은 말씀이라도 다르게 다가왔다”라며 “사실 우승하기 전에는 매일 훈련했었는데, 우승하고 나서는 월요일에는 스윙 훈련을 하지 않고 쉬어왔던 것 같다. 돌아보니 그렇게 하루씩 쉬면서 연습량이 줄었고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이제부터는 매일 연습장에 나가 조금이라도 훈련하면서 부족함을 채워나갈 생각이다”라고 반성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국 남자 골프의 개척자이자 오랫동안 간판으로 활동해 온 최경주가 후배들에게 큰 교훈을 줬다. 그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해 54세의 나이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체력도 떨어지고 거리도 줄어 우승 경쟁을 하기엔 버거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까마득한 후배들을 모두 제쳤다.

최경주의 활약은 후배들에 ‘포기하지 않는 도전’이라는 가르침을 전파했다. 그의 활약을 본 후배들은 다시금 각오를 되새겼고, 한 걸음 더 내딛는 도약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경주의 우승이 동기부여가 됐다는 한승수는 그 뒤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승수는 “최경주 선배가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라며 “저보다 나이도 많으시고 아파도 훨씬 더 아픈 상황일 텐데 묵묵하게 자신의 경기와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들은 ‘그저 핑계에 불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최상호는 9년 만에 나선 KPGA 선수권을 마친 뒤 “더는 정규 투어 대회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젊은 후배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 거 같다”라고 짧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베테랑의 출전만으로도 큰 가르침이 되는 후배들에겐 아쉬운 결정이다.
일흔을 앞둔 최상호가 KPGA 선수권 1라운드 3번홀에서 아이언샷으로 온그린을 노리고 있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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