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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 곪은곳 터졌다…농업계는 지금 ‘대정부 투쟁’ 중

이명철 기자I 2022.04.07 18:00:00

농업계, 인수위 찾아가 CPTPP 가입 신청 철회 요청
낙농대책·방역대책 두고 낙농·축산업계 정부 연일 비판
여야 의원들도 공방 동참…새정부 농정 주요 과제로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권 교체기에 농축산업계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우유가격 개편 등 쟁점을 두고 농업인 단체들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도 공방에 가세하면서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주요 농정 과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농축산업계, 농식품부 소통 부재 비판

7일 농업계에 따르면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CPTPP 추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농어민 총궐기대회의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잇단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CPTPP 안건을 다룰 것이라는 소식에 대응에 나선 것이다.

CPTPP란 일본·호주·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미국의 가입 여부 등 국제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가입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대규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효과가 나타나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에 따른 농업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농업인 단체들은 그동안 CPTPP 가입 철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공청회가 종료되는 등 기존 절차를 추진 중이다. 피해 대책 마련 요구에도 현재로선 뚜렷한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측은 “정부는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산정하지 않고 졸속으로 가입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며 “원전 오염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산 농식품이 국민 식탁을 위협할 수 있는데 정부는 치적 쌓기에 눈이 멀었다”고 비판했다.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일 김한길(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비대위)


낙농업계도 정부와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낙농진흥회 의사구조 등 우유의 원유 가격 결정 체계 개편을 추진하자 업계가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5일에는 최희종 낙농진흥회장이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의 압박과 회유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대책으로 전국 돼지농장의 방역시설 강화를 추진하자 양돈업계는 과도한 경영 부담이라며 반발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축산업 기반 유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농정 독재를 일삼고 있다”며 “축산 말살책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수위측 “새정부 출범 후 CPTPP 실익 판단”

농업계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치권에서도 반응하고 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낙농업계와 만나 “생산원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연동제는 필수로 연동제 폐지, 낙농진흥회 의사체계 개편, 용도별 차등가격제 강제 도입 강행을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다시 논의되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농식품부 장관 하마평에도 오른 홍문표 의원이 정부 원유 가격 개편안을 두고 생산자 희생만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불통 정책이라고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CPTPP와 관련해서는 여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정책조정위 회의에서 “정부는 CPTPP 가입을 전제로 한 무리한 통상절차 추진을 중단하고 즉각 이해당사자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CPTPP는 새정부의 농정 과제에서도 중요 안건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한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 6일 비대위를 만나 CPTPP와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실익을 명확히 따져보고 (CPTPP) 가입신청서를 제출해도 늦지 않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규모 농업인 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최범진 정책조정실장은 “CPTPP 가입 시 막대한 농업 분야 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부는 임기 내 가입 신청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며 “농업 경쟁력 약화 뿐 아니라 생산기반 붕괴까지 우려되는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신중히 실익을 따져보고 피해 산업 종사자와 충분히 소통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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