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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긴축 움직임에도…돈 풀기 지속한다는 일본 속내는

김보겸 기자I 2021.11.04 16:50:23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기시다와 첫 회담
"코로나 수습돼도 대규모 양적완화 계속할 것"
美연준·유럽ECB 돈풀기 중단 움직임과 반대
美물가 4% 오를때 日은 여전히 0%대 머물러 문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된 이후에도 대규모 양적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규모 채권 매입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데다 유럽에서도 7년간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치솟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구로다 총재의 설명이다.

4일 NHK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정오부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총리관저에서 회담하고 금융정책과 국내외 경제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기시다 내각 출범 후 총리와는 첫 회담이다.

구로다 총재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급속히 줄고 있지만 자금 융통 등에 대한 지원은 내년 3월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2% 물가안정 목표를 위한 이른바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은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YCC는 특정 국채 금리가 목표치를 웃돌 경우 무제한으로 사들여 금리를 누르는 정책이다. 호주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타개하려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YCC를 급하게 도입했지만, 최근 중앙은행의 대규모 돈풀기로 인플레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 속 YCC 를 종료한 바 있다.

구로다 총재는 그러면서 단기금리는 마이너스로, 장기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제한하는 현재의 대규모 금융 완화책을 계속하겠다고도 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정책위원회·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풀기를 끝내는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미 연준은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11월부터는 월 12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자산매입을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 내년 6월까지 채권 매입량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내년 초에 긴급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유럽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구로다 총재의 설명이다. 미 연준과 유럽 ECB, 그리고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달성하지 못한 건 일본뿐이다. 오랜 기간 저성장과 저물가에 시달려 온 일본의 최대 고민은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에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미국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3.6%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로를 사용하는 19개국인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3년 만에 가장 높은 4.1%를 기록하며 목표치 2%는 물론, 전망치 3.7%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경제·물가정세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6%에서 0.0%로 낮췄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3.4%로 전망하면서 지난 7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췄다.

앞서 지난 2일 구로다 총재는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을 만나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해 2% 물가상승 목표가 담긴 2013년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을 유지한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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