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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싼거" 신중해진 美소비자…할인·생필품 업체는 함박웃음

방성훈 기자I 2024.06.03 15:43:26

로스 스토어·TJX·달러 제너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美소비자, 장기 고물가·고금리에 지쳐…저가 제품 선호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신규 매장 오픈 추진
명품 기업 수익은 '뚝'…가격 올린 패스트푸드도 외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고금리 및 고물가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쳐가고 있지만, 생활 필수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매출이 급증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고 CNN비즈니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모한 영향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달러 제너럴 매장에서 고객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할인 소매업체인 로스 스토어는 지난주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과 수익을 보고하며, 올해 약 90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수석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애덤 오르보스는 “거시 경제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 비즈니스에 있어 희망적인 것은 고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한 것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소비자들의 가치 추구)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TJ맥스·마셜스·홈굿즈 등의 저가 브랜드를 소유한 TJX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매출 급증에 힘입어 북미, 유럽, 호주에 130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른바 미국판 다이소인 달러 제너럴 역시 지난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회사는 1분기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지갑을 여는 데 신중해진 미 소비자들의 변화는 명품 소비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버버리는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대비 40% 쪼그라들었으며, 미주 지역 매장의 매출도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도 미국에서 고가 주류 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고 보고했다.

프라임 캐피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클레이튼 앨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량적 지출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후퇴를 목격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제 돈을 쓰는 곳에서 (재정적인) 안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면서 “미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가 식료품과 같은 생필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한 월마트는 “고소득 소비자들이 할인 상품을 찾아 매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패스트푸드점 역시 고객 감소에 시달리고 있어 주목된다. 패스트푸드는 기존에 값싸고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통했으나, 최근 수년 간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인식이 달라졌다. 온라인에서는 비싸다는 불평이 잇따르며 일부 업체는 매출 둔화 및 방문객 수 급감을 겪고 있다.

CNN은 “저소득층은 외식 횟수는 물론 외식으로 쓰는 돈도 줄이고 있다”며 “이에 일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포기하려 했던 과거 ‘할인’ 전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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