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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장려금 효과 적다…일·가정 양립부터 지원해야"[ESF2024]

김성수 기자I 2024.06.18 16:18:55

마시아 칼슨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남녀, 자녀에 높은 가치…가사노동 인식 진보적"
"남녀 모두 동등한 부모·직업인 역할 하게끔 지원 필요"
"무상 보육·돌봄예산 등 일·가정 양립하는 정책 효과적"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결혼·출산을 장려하는 홍보 캠페인이나, 출산 장려금 등 인센티브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출산 이후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마시아 칼슨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시아 칼슨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부학장 및 사회학과 세웰바스콤 교수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 열린 ‘이데일리-PERI 특별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는 전략포럼 첫날 행사로,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함께 ‘이데일리-PERI 특별 심포지엄(Special Symposium)’을 개최했다.

칼슨 교수는 “한국은 지난 1950년만 해도 여성 한 명당 출생아 수가 평균 6명으로, 오히려 출산율이 너무 높아서 걱정했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만든 결과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출산율 하락이 이처럼 가능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행동과 태도를 바꿀 능력과 의향,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여성 한 명당 한 명 이하로 낮아진 출산율을 다시 높이려면 마찬가지로 능력과 의향,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능력’이란 출산과 육아의 합리적 기회비용을 지불 할 능력을 의미한다. ‘의향’은 아이를 낳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고 믿는 태도를 뜻한다. ‘준비’란 아이를 갖고 양육하는 기회비용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연애와 성생활에 대한 준비를 뜻한다.

칼슨 교수는 동아시아 4개국(한국·일본·중국 본토·대만)에서 2006년과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설문조사의 질문 항목은 다음 3가지다.

△결혼생활에서 자녀는 필요하지 않다 △아내가 자신의 커리어를 갖는 것보다 남성의 커리어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의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여성의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

칼슨 교수는 설문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는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갖는 것에 여전히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가정을 돌보는 전통적 성(젠더) 역할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모두 가사노동 분담에 진보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회 요소로 보인다”며 “남녀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부모 역할과 직업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문화적 인식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슨 교수는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 캠페인, 출산 장려금과 같은 인센티브는 정책 효과가 높지 않다”며 “그보다는 출산 이후에 발생하는 상황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유럽 국가에서는 쓰지 않으면 없어지는 육아 휴직 등을 도입한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며 “이외에도 무상 보육, 돌봄 예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서 기업들이 모범을 보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미 인구 정책으로 출산율에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며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롤모델을 만든다면 한국 출산율도 긍정적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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