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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타인과 함께 산 토지를 멋대로 채무 담보로 제공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안모(58)씨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안씨는 강모씨 등과 2004년 7월 충북 서산시 소재 A공인중개사무실에서 9292제곱미터(㎡) 토지를 9억8000만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안씨와 강씨는 이 토지의 절반인 4646㎡(4억9000만원어치)을 매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안씨가 지불한 토지대금 4억9000만원 중 3억원은 황모씨 등 세 사람이 낸 돈이었다. 황씨 등은 안씨와 이 토지를 함께 매수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이들은 나중에 이 토지를 팔 때 땅 주인이 여러 명이면 불편하다고 판단했다. 돈은 함께 냈지만 구입한 토지 명의는 모두 안씨 명의로 해뒀다.
안씨는 2007년 5월 심모씨에게 6000만원을 빌리면서 이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는 이듬해 9월 성연농업협동조합에서도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황씨 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결국 황씨 등에게 소유권이 있는 토지 중 절반이 채권자인 성연농협 등에 넘어갔다.
황씨 등은 안씨에게 명의를 빌렸는데 토지를 횡령했다며 안씨를 고소했다. 1심 법원인 대전지법 형사2단독 양철한 판사는 안씨가 토지를 멋대로 담보로 유용했다고 보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김용덕)도 안씨가 토지를 횡령했다고 인정하고 공탁금을 낸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안씨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황씨 등이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으로 안씨에게 명의 신탁했기 때문이다. 중간생략등기형은 부동산 매수자가 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명의수탁자에게 등기하는 부동산 실명법 위반 행위다.
대법원은 안씨가 수탁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 전원은 “중간생략등기형으로 명의를 신탁한 사람은 명의수탁자가 멋대로 토지를 팔더라도 형사처벌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