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고환율은 어떻게든 버텨본다고 해도 고금리·고물가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행여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아예 끊긴다면 말 그대로 고사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은 커녕 올해 4분기 사업계획부터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짠내’나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B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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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식음료 업계는 밀과 대두, 옥수수는 물론 원두까지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수출 비중은 낮아 다른 제조업 대비 달러 강세에 매우 취약하다.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보니 이익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나만 이익감소 폭을 줄이는 게 최선의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
음료업체 한 관계자는 “달러 강세로 생산 원가 부담은 이중, 삼중으로 올라가는데 수출 이득은 없으니 타 제조업 대비 타격은 훨씬 크다”며 “정부의 압박, 소비자 반발로 소비자 가격을 마냥 올리기는 어려우니 영업, 마케팅, 인력 등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곡물 등 원재료는 국제 선물가격으로 거래되고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이제와서 다른 싼 거래처를 찾기도 난처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다음 계약에서 오랫 동안 신뢰를 쌓아온 해외 협력사와 가격협상에서 사정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국내 식음료 업계 예외 없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곤란한 상황”이라며 “보수적으로 계획을 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산 원가 부담이 없는 유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에서 자유롭지만 현재 고환율 상황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실제로 달러 기준으로 상품을 매매하는 면세점들은 일부 품목이 면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보다 가격이 비싼 ‘역전’ 현상까지 빚어진 마당.
면세업계 관계자는 “‘환율 보상 프로모션’ 등 할인 혜택을 통해 시중가 대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면세소비 자체를 줄여버릴 경우 이 역시 무용지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백화점 역시 명품을 비롯한 입점 수입업체들이 고환율을 빌미로 가격을 계속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발걸음 자체가 끊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