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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號 시장과 `通`할까..기대감 `솔솔`

정원석 기자I 2009.01.19 17:30:28

"시장친화적인 태도에 대한 기대감 높아"
"대통령 주도 분위기에 소신 펼칠 수 있을지 우려"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기대반 걱정반`이다.

환율과 금리의 방향성을 두고 잦은 `설화`를 일으켜 시장 혼란을 부채질한 강만수 장관이 물러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경제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강만수 장관보다 우위에 서있다고 평가받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지난 2007년까지 금융위원장을 맡으면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최소한 환율과 금리 방향에 대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 "강만수 장관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우위..구조조정 경험 기대"

시장에서 윤증현 장관 내정자에게 점수를 주는 부분은 `소통 경험`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사실상 `야인생활`을 한 강만수 장관과 달리 최근까지 공직을 맡아 시장 흐름을 비교적 잘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다.

`시장주의자`임을 천명하는 윤 장관 내정자가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시장의 `디테일`한 흐름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시장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강만수 장관과 달리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환율과 금리 등의 흐름에 대해서 일방향적으로 몰아가는 식의 정책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원장 시절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한 이력도 윤 장관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본격화될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을 주도할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채권매니저는 "금융시장이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문제를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정책 방향성 검증해야..소신껏 일할 수 있을지는 `의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워룸`에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설치해 경제정책을 직접 챙기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팀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만수 장관의 독주를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질된 것이 이같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채권운용자는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박병원 수석을 경질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이 `이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비쳐진다"며 "새로 인선된 분들이 얼마나 소신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윤증현호(號)`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 투신사 채권매니저는 "`강만수 장관보다 낫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환율과 금리,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확인해야 된다"며 "거시경제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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