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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째 늦깎이 학생들 배움터 된 ‘상록야학’, 우정선행상 대상

박순엽 기자I 2023.09.19 11:45:42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 주최…이웅열 이사장 참석
‘상록야학’ 졸업생 8000명·교육봉사자 1300명 이르러
“세상에서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며 격려해준 상”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1976년 이후 47년째 늦깎이 학생들의 배움터가 돼온 상록야학이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선정하는 ‘제23회 우정선행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은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개최한 제23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상록야학에 대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이번 시상식엔 이웅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과 손봉호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심사위원, 지난해 수상자 등이 올해 수상자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축하하고자 함께했다.

이웅열(가운데)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 이사장과 제23회 우정선행상 대상을 수상한 상록야학의 한윤자(오른쪽) 교장과 황기연 교무부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원앤온리타워에서 진행된 시상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상록야학은 빈농 가정에서 자라 제때 배우지 못한 아픔을 삼켰던 고(故) 박학선 상록야학 교장이 사재를 털어 1976년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사무소 회의실에 교실을 마련한 것으로 시작됐다. 박 교장은 운영하던 기성 양복 사업이 번창하자 본인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찍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 교장이 야학 교실을 개설했다는 벽보를 보고 36명의 만학도가 처음 입학했던 상록야학은 지금까지 8000명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했다. 설립 초기 직장인들과 인근 지역 대학생들이 지켰던 교단을 거쳐 간 교육봉사자 수도 1300명 이상이다. 지금도 상록야학에선 약 40명의 교육봉사자와 50~80대의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못다 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박 교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입원 중이던 대학병원에 3억원을 기부한 뒤 영면에 들었다. 빈소를 찾은 졸업생들은 늦깎이 공부의 설렘과 고인과 함께했던 자신들의 소중한 추억을 늘어놓았다. 박씨의 아내인 한윤자씨가 황망한 가운데서도 2대 교장으로서 상록야학의 명맥을 이어나가겠다고 결심한 계기다.

한 교장은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 소감에서 “남편이 상록야학을 그토록 지키고 싶던 이유를 장례식 때 제대로 알고 그 뒤를 이어가는 게 옳은 길이라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며 “우정선행상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게끔 격려해주는 뜻깊은 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8년째 무연고 고인들의 장례를 치러준 강봉희씨 △온갖 질병과 사투하면서도 42년간 이·미용 봉사를 이어온 김정심씨 △청각장애인 가족들의 소통을 도와왔던 수어 통역 봉사단 ‘손으로 하나되어’는 우정선행상 본상을 받았다.

이웅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은 “제23회 우정선행상 수상자 여러분들은 타인을 위해 각자가 있는 곳에서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랑을 실천해 오셨다”며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의 여정에 우정선행상이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오운문화재단의 우정선행상은 지난 2001년부터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어 온 이들의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가꿔온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왔다. 2020년부터는 20주년을 맞이해 시상 부문을 개편하고 총상금을 1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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