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예상밖 증산 결정 왜?…"경제회복" Vs "내부갈등"

김보겸 기자I 2021.04.02 11:31:16

시장 예상 뒤집고 원유 생산량 늘린 배경은
이란·리비아 증산 지켜본 회원국 불만 표출
"미국 압박 통했다"란 분석도..사우디 "미 영향 없어"

OPEC+가 예상을 뒤집고 산유량 소폭 증산에 합의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감산을 이어갈 것이란 시장 예측을 뒤집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10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앞으로 3개월간 원유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리기로 합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만큼 OPEC+가 경제회복에 베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면에는 회원국들 사이에서 장기간 감산에 따른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OPEC+는 5월부터 하루 35만배럴을 더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6월에는 5월 산유량에 35만배럴을 더한 만큼을, 7월엔 하루 44만배럴씩을 더 생산한다. 이에 따라 OPEC+ 산유량은 3개월간 하루 200만배럴씩 늘어난다. 작년 7월부터 연말까지는 하루평균 800만배럴씩 감산해온 OPEC+는 지난 1월부터는 감산 규모를 하루 720만배럴로 줄였다. 이달 감산량은 하루 700만배럴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세 달간 자체 감산량을 줄인다. 그간 사우디는 OPEC+와 별도로 하루 100만배럴씩을 자체 감산해왔다. 하지만 오는 7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 OPEC+의 이번 결정은 세계 경제 회복에 베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세계가 코로나에서 회복되면서 올 여름 경제 회복 가능성에 신중하게 베팅한 것”이라고 평했다. CNN도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우려 속 최근 몇 달간 신중한 태도를 취한 OPEC+가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일 OPEC+ 회의에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과 ‘긍정적인’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믿을 만한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적었다. 사실상 미국이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고려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다만 빈 살만 장관은 이번 증산 결정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조치로 합의에 있어 미국의 영향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OPEC+ 회원국 중 일부가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감산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 증산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 수혜국이 이란과 리비아다. 두 나라 모두 국내외적 불안 상황 탓에 지금까지 감산을 면제 받아왔다. 그 결과 이란산 원유는 2018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줄곧 내전에 시달리던 리비아 역시 지난해 10월 휴전협정을 체결한 데 따른 기대감에서 하루 생산량을 10만배럴 많은 125만배럴로 늘렸다. 루이스 딕슨 리스테드 에너지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다른 나라에서는 생산량을 계속 늘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많은 생산국들 사이에서 인내심이 고갈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증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OPEC+의 증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유가 하락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OPCE+는 전반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 격리 조치 해제가 수요를 늘릴 것”이라며 “전 세계 시장에서 원유가 계속 모자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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