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울진·강원산불 산림피해, 2만4940㏊
서울 면적 41.2% '잿더미'…'토치 방화·담뱃불' 발화 원인 '인재'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 전환·운영
"소나무와 활엽수 함께 조성"…헬기 등 장비·인력 추가 확보 과제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산불이 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장 시간 진화와 최대 피해 규모라는 상처를 남겼다. 이전 최장 시간은 지난 2000년 강릉·고성산불로 191시간이었다. 피해 규모 역시 강릉·고성산불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주불 진화로 정부는 울진·삼척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해 운영한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울진·강원산불 역시 ‘인재(人災)’였다. 천문학적인 피해복구 비용과 이재민 지원, 앞으로 대형 산불에 대비할 대응책 마련까지 이번 산불이 남긴 과제도 산더미다.
| 13일 강원 산불 피해 지역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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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 42% 앗아간 산불…통계 작성 후 최악 피해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울진·강원산불 산림피해는 2만4940㏊(울진 1만8463, 삼척 2369, 강릉 1900, 동해 2100)로 서울 면적(6만524㏊)의 41.2%에 이른다. 4643세대 727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908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00년 강원 강릉·고성산불(2만3794㏊) 피해 면적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산불 본진인 응봉산 주불을 잡고 진화했다고 발표했다. 최 청장은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대책본부에서 “지난 12일부터 내린 비와 산림청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원의 적극적인 공세로 약 8.5km에 이르던 화선 대부분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 울진·강원산불 이전 발생한 역대 대형 산불(자료=산림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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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청장은 “총 9일간 진행한 울진 산불은 울진지역 4개 읍면과 강원 삼척지역 2개 읍면이 잠정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 소요시간은 13일 오전 9시부로 총 213시간이 지나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경북 지역 산불에 연인원 총 6972명, 장비 2599대를, 강원 지역 산불에는 연인원 3158명, 장비 851대를 배치했다.
◇결국 발화 원인은 ‘인재’
4일에는 울진·삼척과 영월에서, 5일 새벽에는 강릉 옥계에서 산불이 동시 다발로 발생했다. 옥계 산불은 주민에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이 주택에 ‘토치’로 불을 질러 일어났다. 불은 소형 태풍급에 맞먹는 동해안의 ‘양간지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급속도로 확산해 동해시 전역으로 확산했다. 동해시는 마치 포탄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불은 발생한 지 ‘89시간’만인 지난 8일 오후 7시쯤 꺼졌다. 방화범은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돼 지난 11일 검찰에 넘겨졌다.
| 4일 오전 경북 울진에서 최초 발화 장면으로 추정되는 CCTV 화면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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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화재는 발화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과 산림당국은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주변이 다 타버렸고 두 차례에 걸친 현장감식에서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울진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울진읍 정림리 송이산 입구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울진군은 이미 운전자 중 일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하고 차량 블랙박스 등도 확보했다.
◇일상 복귀 속도전…복구 총력전
이번 산불로 울진·삼척과 강릉·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산불 피해를 본 주택 복구비 등 일부(사유시설 70%, 공공시설 50%)를 정부가 국비로 지원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동해시는 지난 11일 분야별 피해조사를 마치고 국가재난관리 정보시스템(NDMS)에 부서별 조사·입력을 이달 17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삼척시도 17일까지 산불 피해 현황을 접수한다. 행정안전부는 주불 진화에 따라 그동안 가동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피해조사를 통해 내달 초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에서 이재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시설 제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잔재물 처리 등 현장의 응급복구 조치사항과 영농재개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지자체의 피해신고 접수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의 피해조사 결과를 토대로 4월 초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해결 과제 ‘산더미’
이번 산불로 정부는 많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 동시 다발적인 산불로 진화 헬기가 분산되면서 진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 진화 인력과 헬기의 부족, 산불진화용 특수장비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음을 보여줬다.
최 청장은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 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뤄져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웠다”며 “주로 헬기에만 진화를 의존해야 해 진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 겨울철 대형산불주의보 지역 분포도(사진=산림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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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강원도와 경북도 동해안 지역에 ‘실시간 산불모니터링’을 할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림 피해 복원 시 소나무만 심을 게 아니라 함께 다른 활엽수림과 섞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 물질인 ‘테라핀’ 성분의 송진을 품고 있는 소나무는 그만큼 화재에 취약하고 불을 더 오래 유지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다른 일반 활엽수보다 약 두 배가량 더 오래 탄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나무를 베고 소나무만을 위한 산림 관리를 해왔고 울진은 금강송 군락지 보호를 위해 소나무숲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해 왔다”며 “소나무는 건조하고 기름을 품고 있어 굉장히 잘 탄다. 낙엽활엽수를 중간마다 섞어야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관계자도 “강원 동해안 지역의 산림은 척박한 토양 탓에 낙엽활엽수종이 잘 자라지 못한다”며 “대형 산불 이후 피해 복구 시 늘 고민하고 있고 활엽수종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