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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괜찮아…‘쇼핑에서 자유로운 프리미엄 패키지’ 인기[여행]

김명상 기자I 2023.11.03 08:41:40

쇼핑, 옵션 부담 없애 편안한 여행 매력 증대
'한 번 갈 때 제대로 가자'는 여행 심리 확산
여행사별 프리미엄 상품 판매량 크게 높아져
차별화로 여행사별 특색 있는 상품 확대 등
저가 상품의 상대적 서비스 저하 우려는 과제

프랑스 몽생미셸 (사진=노르망디 관광청)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최근 가족여행을 위해 베트남 다낭 패키지 상품을 찾던 직장인 박지훈 씨(가명·36)는 원하던 ‘노 쇼핑’ 상품 예약에 실패했다. 의무 쇼핑 일정이 포함된 50~80만원 수준의 상품은 예약이 가능했지만, 100~150만원 대 노 쇼핑 상품은 대기예약 상태거나 잔여 좌석이 부족했다. 박 씨는 “휴가 때 갈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비즈니스석 상품도 찾아봤지만 3개월 전에 판매완료됐다는 말에 놀랐다”며 “좀 비싸더라도 쇼핑이나 옵션이 없는 상품으로 여행하기 위해 일정을 미뤄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음 편히 즐기는 여행’을 내세운 여행사의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패키지 상품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반강제적 쇼핑·선택관광 등의 요소를 최소화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코로나19 이후 ‘한 번 갈 때 제대로 가자’는 여행심리가 커진 것도 이유다. 여행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고품격·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번 가는 여행 제대로 즐기자’…프리미엄 패키지 인기

타히티 보라보라섬 선착장 (하나투어 제공)
하나투어는 최근 자사 상품 판매 분석 결과, 고객 만족에 초점을 맞춘 패키지 상품 브랜드 ‘하나팩 2.0’의 점유율이 전체의 65%에 달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만족도와 평가는 좋은 편이다. 하나투어의 고객만족도 지표(HCSI)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전체 패키지 상품의 전체 종합 만족도는 82.53이었으나 하나팩2.0의 경우 84.43을 기록해 더 높았다. 각종 부대 비용이 포함돼 일반 패키지 상품 대비 가격이 높지만 마니아층까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소희 하나투어 홍보팀 수석은 “2021년 하나팩 2.0 상품이 첫 출시됐을 때는 가격적인 장벽으로 판매 속도가 더뎠지만 경험자들의 입소문과 긍정적인 리뷰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하나팩 2.0만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가격은 좀 낮지만 쇼핑센터 방문 등을 포함한 기존 일반 패키지 상품 판매 비중은 절반 이하로 하락한 상태”라고 전했다.

모두투어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인 ‘모두시그니처·모두시그니처블랙’의 지난 3분기 예약 비중이 전체의 22%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9년 대비 16%p 상승한 수치다. 4분기에 출발하는 프리미엄 상품의 경우 전체의 23%를 차지하며 비중이 좀 더 올라갔다.

프리미엄 상품의 인기로 저가 패키지 상품의 판매 비중이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 노랑풍선은 올해 10월 30일까지 전체 상품 중 프리미엄 상품의 예약 비중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32%P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저가를 내세운 라이트 상품의 예약 비중은 2019년 대비 약 1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율 노랑풍선 홍보팀장은 “오른 환율과 고물가 상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프리미엄 상품과 저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층의 소비행태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여행코스는 그만…여행상품의 차별화가 중요

노르웨이 북극권 오로라 상품 이미지 (교원투어 제공)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은 단순히 비싸고 호화로운 초고가 상품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가이드 눈치를 살피는 쇼핑과 선택관광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깔끔함’을 내세우면서도 고급호텔 숙박, 수준 높은 미식 체험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프리미엄 여행상품은 천편일률적이던 기존 패키지 상품과 다른 요소를 추가해 매력을 더하고 있다. 낮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하는 저비용 상품은 여행사만 다를 뿐 방문지나 코스가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상품의 경우 항공, 음식, 숙소, 액티비티 등을 구성하는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여행사마다 차별화된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여행사의 기획력이 강조된 프리미엄 상품의 등장으로 여행사는 제 살 깎기 가격 경쟁에서 물러서서 수익성을 높이고,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까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원투어는 올해 4분기에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의 경우 전체 예약 중 프리미엄 패키지 비중이 2019년 동기 대비 5.6%p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망이 밝은 만큼 현재 고품격 상품을 모은 별도 코너도 운영 중이다.

김동일 교원투어 홍보팀 매니저는 “코로나19 이전엔 ‘가성비’ 중심의 패키지여행 선호도가 높았다면, 엔데믹 이후엔 비용을 들여서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가심비’ 고객이 늘어났다”며 “차별화된 고품격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고객의 여행 만족도와 브랜드 호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번 이용한 고객이 또 이용하게 되는 재이용률 증가로 이어지도록 관련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 중인 프리미엄 상품…테마·합리적 가격이 관건

대만 야구 투어 상품 이미지 (인터파크트리플 제공)
반면 가격 차이로 인해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대비 다른 상품군의 상대적인 서비스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는 여행 시장에서 프리미엄 상품만 대접하는 분위기가 퍼지면 상품별 서비스의 차이가 심화돼 자칫 패키지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여행객은 한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에서 “최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는데 의무 쇼핑 일정 중 가이드가 저가 상품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며 “싫으면 더 비싼 상품을 이용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져서 불쾌했고, 다음에는 패키지 대신 자유여행으로 떠날 생각”이라고 적었다.

여행사들은 단지 고급화를 추구하기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상품을 제시해 가격 저항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취향에 맞춘 상품 개발로 패키지 상품의 매력을 높여 수익성과 프리미엄 여행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올해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판매가 2019년 대비 94% 성장했으나, 취미나 경험을 중시한 테마형 패키지 상품의 경우 307% 늘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투어 상품의 경우 출시 직후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재 테마 상품을 개발하는 전문 조직을 만들고 특별한 목적의 여행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민규 야놀자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여행객들이 패키지 상품을 구매할 때 망설이는 부분을 없앤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의 판매가 늘었고 목적지 중심이 아닌 경험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인기를 얻는 모습”이라며 “다만 합리적인 금액의 테마 상품을 만드는 것이 대중화의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 진화된 이색 패키지 상품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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