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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희생을 주제로 한 두 번째 혁신안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혁신위가 정식 의결하진 않았지만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을 향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등 어려운 지역에 출마할 것을 권고하면섭니다.
20여일이 흐르는 동안 혁신안이 두 차례 더 나왔지만 지도부는 의결은 없었습니다. 정치적 권고에 대해서도 당은 침묵했습니다. 혁신위에 전권을 줬다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친윤(親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자 4200여명을 동원한 행사로 세를 과시했고 영남 5선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들 모두 험지 차출론에 맞서는 행동으로 풀이됐습니다.
결국 지난 23일 5호 혁신안을 마련하고자 열린 혁신위 회의에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2~4호 혁신안이 아직 수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도부 등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 역시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를 두고섭니다.
이 과정에서 한 혁신위원의 발언은 다른 혁신위원의 회의감을 극대화했습니다. 회의 중 김경진 혁신위원은 “우리는 얻을 것을 다 얻었다. 우리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은 발언의 맥락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비정치인인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회의 직후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나가고 연락도 받지 않으면서 사의 표명설까지 돌았습니다. 인요한 위원장이 이튿날인 24일 이들과 오찬을 하면서 갈등을 봉합했지만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이들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안건만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혁신이라는 건 안건을 내는 걸 넘어 수용까지 갔을 때 완성된다”고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혁신위는 다음주 회의에서 지도부 등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가 아닌 혁신안으로 정식 의결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당의 무응답에 혁신위 안팎으로 혁신위 존재에 대한 회의론은 커지고 있습니다. 혁신위가 왜 출범할 수밖에 없었는지, 냉정한 민심을 확인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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