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등 화석연료를 때는 국내 발전업계는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환경오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차피 공기 중으로 내보내질 이산화탄소라면 이를 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도 만들어 보자는 것이 CCU 도입 논의의 출발점이다.
SGC에너지(005090) CCU 설비는 이 논의를 실제 상업화로 연결한 사례다. 올해 11월 준공한 이 설비에서는 발전소 굴뚝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모여 드라이아이스 원료인 ‘액화탄산’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발전소 굴뚝이 친환경 사업 모델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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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가 복잡해 보이지만 CCU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유연탄을 떼 나온 연소가스에서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흡수탑으로 옮긴다. 흡수탑 상부에서 액체 상태의 흡수제(코졸)를 뿌리면 흡수제가 이산화탄소에 달라붙어 선택적으로 탄소만 포집해 낸다. 이를 바로 옆 재생탑으로 보내 가열하면 흡수제에서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최종적으로 냉장고 역할을 하는 액화 저장설비로 이동시켜 140도까지 올라간 이산화탄소 온도를 영하 20도로 낮춰 액화하면 제조가 끝난다.
SGC에너지는 한국전력공사와 2021년 11월 이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5월 설비 구축을 위해 570억원을 투자했다. 한전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습식 방식으로 발전소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분리해 포집한다. 핵심은 설비 운전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 상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한전이 보유한 CCU 기술이 에너지 효율이 높아 경제성을 고려해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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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용 액화탄산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용 생산을 위해선 현재 액화탄산 순도를 99.99%에서 99.998%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반도체 업체들이 불순물 등에 예민하고 높은 수준의 제품력을 요구하는 만큼 기술 검증 후 도입에만 약 3년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반도체용 액화탄산 생산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150t 규모의 추가 설비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SGC에너지는 CCU 사업을 통해 액화탄산 판매 수익과 탄소배출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다만,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병목 SGC에너지 사업부문 기술담당(전무)은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낮아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안정화와 CCU 활성화를 위해 국고 보조금 확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SGC에너지는 CCU 사업 외에도 유연탄 대신 목재펠릿 등 친환경 연료 사용을 확대하며 탄소 저감을 위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박준영 SGC에너지 부회장은 “회사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계획’을 지지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약 177만t 수준으로 감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CCU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재활용을 통한 다양한 신사업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확대해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