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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바이코리아 주춤…곳간 걱정 덜한 통신·반도체株 힘 받나

양지윤 기자I 2023.07.12 07:00:00

외인, 6월부터 9400억 순매도
하반기 유상증자 기업 증가에 수급 불안 ‘스멀스멀’
"자금조달 스트레스 없는 업종 주목"
"외인 비중 감소한 종목, 순매수 강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경계감에 연초부터 지속된 원화 자산 저평가 효과가 소멸한 영향이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장사들도 늘고 있어 수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는 유동성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신, 반도체, 소매, 유틸리티 등 회사채 스프레드가 낮은 업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외인, 6월부터 9400억 순매도…수급 불안 ‘스멀스멀’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달 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도액이 9438억원에 이른다. 다만 연초 이후 이날까지 누적 순매수액은 12조3173억원으로 1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외국인들은 연초부터 국내 주식을 대량 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원화자산 저평가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하반기에도 원화강세가 점쳐지고 있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환차익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올 상반기 외국인의 순매수세로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던 만큼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도 수급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27개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4조19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4% 감소했다. 다만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납입일이 도래하지 않은 금액 규모는 4조6000억원(제3자 유상증자 제외)에 달한다. 이중 93%가 3분기 중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어 코스피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는 주식수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으로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부담 없거나 외인 매도 규모 큰 종목 주시해야”

올 하반기 한전채와 주택금융공사채(MBS) 발행이 맞물리는 시기인 점도 증시에 부담 요인이다.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유동성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관점에서는 7월을 포함해 3분기에 걸친 유동성 효과 둔화 국면을 감내해야 한다”며 “이익 추정치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 가파른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자금 조달 관련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업종이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주로 포진한 통신, 반도체, 소매, 유틸리티 등 회사채 스프레드가 낮은 업종에 주목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덜할 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에 따른 당기순이익 감소 효과도 비교적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중 통신주는 올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주 역시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 발표 뒤 6만원대로 미끌어졌다가 이날 7만1500원을 기록, ‘7만전자’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업황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 주가 상향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을 가져가되 외국인 비중이 감소한 종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모아가고 있는 업종은 지난 6개월 간 순매도 규모가 컸던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늘어난 종목으로는 POSCO홀딩스(005490), 하나금융지주(086790),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086520) 등을 꼽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졌지만 올해 매도 규모가 컸던 종목들을 매수하고 있어 그동안 소외된 종목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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