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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이 아니라 닭” 태몽마저 바꾸는 윤홍근의 ‘닭사랑’[오너의 취향]

김영환 기자I 2022.10.20 06:30:00

스스로 태몽은 ‘춤추는 닭’이라고 말하는 윤홍근 BBQ 회장
5000여 점에 이르는 닭 모형 수집가로도 유명
치킨대학 설립으로 세계적 프랜차이즈 목표
지난 동계올림픽 때는 ‘치킨연금’도 만들어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은 닭에 살고 닭에 죽는다. 주변이 온통 닭으로 둘러싸여 있다. 태몽으로 ‘닭’이 나왔는데 ‘봉황’이라 허세 부리는 경우는 있어도 ‘봉황’이 나왔는데 ‘닭’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까. 있다. 윤 회장이다.

일화는 제너시스 BBQ 홈페이지에도 소개해뒀다. ‘춤추는 봉황이 하늘에서 내려와 품에 안겼다는 어머니의 꿈. 하지만 그 봉황은 닭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라고 윤 회장은 적었다. “나의 태몽은 ‘춤추는 닭’이며 ‘닭은 내 운명’”이라고 할 만큼 윤 회장은 닭에 진심이다.

지난달 1일 창사 27주년을 맞아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이 창립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 회장이 입은 유니폼에 닭 무늬가 수놓아져 있다.(사진=BBQ)
패션철학조차도 ‘닭’이다. 본인부터가 닭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의 제품을 즐겨입는다. 닭무늬 넥타이를 차고 넥타이핀도 닭의 형상을 하고 있다. 닭이 아로새겨진 모자를 쓰거나 주위에 선물하기도 한다.

유니폼은 말해 무엇할까. 제너시스 BBQ 직원들은 회사에서 닭이 수놓아진 유니폼을 입고 근무한다. 지난 2017년 프로게임단 ‘ESC 셰인’을 후원해 ‘BBQ 올리버스’로 활동 때에도 게임단의 유니폼에는 닭이 빠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긁어 모은 닭 모형만도 5000점이 넘어간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던 윤 회장 집무실은 온통 닭 모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나무, 도자기, 유리, 금에 이르기까지 재질도 다양하고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부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건너온 각종 진귀한 닭 모형은 수 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다. 전 세계에서 닭 모형을 수집하는 것은 반대로 전 세계에 BBQ를 전파하고자 하는 윤 회장의 의지가 담긴 일이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 집무실. 화려한 닭 모형이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사진=네고왕 캡처)
윤 회장과 닭과의 인연은 3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미원에 입사한 윤 회장은 1994년 미원이 인수한 닭고기 업체 ‘천호마니커’의 영업부장직을 맡으며 닭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윤 회장은 자신에게 ‘기업’의 가치를 알려준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아버지에게 책가방과 운동화를 선물 받은 어린 윤 회장이 호기심에서 제품을 만든 사람을 궁금해하자 아버지가 ‘기업’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윤 회장은 기업가로서 막연한 꿈을 키웠다.

이미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전국에 치킨집이 많던 때였다. 윤 회장은 어느 날 담배 연기가 가득한 통닭집에서 모자가 통닭을 먹는 모습을 보여 불현듯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호프집으로서의 치킨집이 아닌, 어린이와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깨끗한 치킨집을 떠올렸다.

확신에 찬 윤 회장은 1995년 9월 집까지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면서 자본금 5억원으로 BBQ를 설립했다. 윤 회장이 “치킨을 파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경영 노하우를 판다”고 버릇처럼 말해온 것처럼 윤 회장이 생각한 ‘어린이·여성을 위한 치킨’은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설립한 ‘치킨대학’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치킨대학은 지난 2000년 경기도 이천시에 제네시스 BBQ가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 겸 치킨 외식 사업가 양성 교육시설이다.
제너시스BBQ 치킨대학 전경.(사진=BBQ)
윤 회장은 창업 때부터 세계적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에 대한 경쟁심을 드러냈다. 과거 인터뷰에서 ‘빅맥지수’에 필적할 ‘BBQ지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맥도널드는 지난 1961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햄버거 대학’을 세웠다. 치킨대학에 윤 회장이 그린 미래가 비친다.

윤 회장은 지난 2월 개최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을 맡았다. 이전부터 비인기 종목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는데 2020년 관리 단체에 지정되면서 존폐 기로에 몰렸던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수락한 뒤 이어진 역할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에도 서울스쿼시연맹 회장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치킨연금’을 만들면서 다시금 ‘닭 사랑’을 보였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상대로 최대 38년간 ‘1일1닭’ 등 멤버십 포인트로 적정 치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총 19명의 선수가 이 혜택을 받는다.

윤 회장은 치킨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사명감을 갖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5만 개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BBQ는 미국 법인 2곳과 베트남과 중국 각각 1곳 등 총 4개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58개국, 225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BBQ는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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