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産 가스 재수입…IMF에 또 손벌릴듯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올 겨울 천연가스를 다시 공급받기로 하고 그 가격에 합의했다. 그러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는 이를 지불하기 위해 국제 지원을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현지 TV 채널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와 천연가스 공급가격에 합의했다”며 “내년 3월31일까지 천연가스 가격은 1000입방미터(CBM)당 385달러(약 41만200원)로 고정시키기로 잠정 했다”고 밝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전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갈등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천연가스 가격에 대한 실무 합의가 이뤄졌다. 최종 추가 협상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2년간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둘러싸고 논쟁이 거세진 가운데 크림반도 등지에서의 분리 독립 갈등으로 러시아는 6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를 공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공급 재개를 위해서는 그동안 연체된 가스값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왔다.

지난 2009년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서명한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에 따르면 러시아산 가스 1000입방미터당 485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가격이 너무 높다며 스톡홀름 중재법정에 중재를 요청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천연가스 공급 재개를 합의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재원 부족으로 국제 지원을 받아야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도 “국영 에너지 기업인 나프토가스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내지 않은 가스 요금 탓에 자금이 부족한 상태라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포함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긴 하다”며 원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IMF 실사단은 현재의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 경과를 점검하고 수정, 보완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1월 중순 키에프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