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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돌려받았는데 부당이득이라니…대법 "파기환송"

성주원 기자I 2023.12.03 09:01:00

상가 임차인 A사,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
A사 일부 승소했지만 상당부분 인정 안돼
대법 파기환송…"상가임대차법 법리 오해"
"보증금 돌려받지 못해 부당이득 성립안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임대차관계는 계속되며 이때 임차인은 기존 약정된 임대료만 지급하면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주변 임대료 시세가 약정 임대료 수준과 큰 차이가 나더라도 임차인이 그에 따른 부당이득을 임대인에게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뜻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상가건물 임차인인 A주식회사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사는 2017년 11월 C사 소유의 부동산(토지 및 건물)을 보증금 4000만원, 월세 400만원 조건으로 2년간(2019년10월까지) 임차하기로 계약했고 이후 1년 연장(2020년10월까지)했다.

해당 부동산을 매수해 임대인 지위를 승계받은 B씨는 A사와 임대차기간을 2021년 10월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200만원, 20만원 올려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재건축 계획 등을 고지하며 2021년 10월말로 임대차기간이 종료되면 더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A사는 2021년 8월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건물 재건축 계획 등에 따른 B씨의 갱신 거절권 행사로 갱신되지 않았다. 이후 A사는 2022년 2월말 해당 부동산을 B씨에게 인도했다.

A사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인 B씨가 부동산을 인도받은 2022년 2월말로 종료됐다”며 “B씨는 임대차보증금 잔액(1개월분 임대료를 뺀 37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A사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기, B씨의 보증금 반환의무, 반환해야 할 보증금의 범위 등이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A사의 청구 중 상당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사는 1개월분 임대료를 제외한 3738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B씨가 361만6000원과 지연손해금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해당 임대차계약은 2021년 10월말로 종료됐고 이후 4개월간 A사가 매월 886만원(당시 주변 임대료 시세와 기존 약정 임대료간 차액)의 부당이득을 누렸다는 판단에서다. 보증금에서 부당이득금액을 제하고 나니 A사가 돌려받을 금액이 쪼그라든 것이다. A사는 즉각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이 정당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원고 A사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원심이 상가임대차법 9조 2항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본 것이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이후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더라도 임차인에게 임대료에 상당하는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상가임대차 계약이 기간만료나 당사자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한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만 있을 뿐, 시가에 따른 임대료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A사가 B씨에게 해당 부동산을 인도한 2022년 2월말까지 임대차보증금 42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음에도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상가임대차법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당시 시세에 따른 적정 임대료(월 1306만원)가 약정 임대료(월 420만원)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그 차액을 토대로 부당이득금을 산정했다”며 “A사가 시세에 따른 임대료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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