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부럽지 않은 강천산의 울긋불긋 단풍길
자연이 빚은 명당 중의 명당 '장구목'
| 강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현수교(구름다리)와 강천산의 가을 풍경. 50m 높이로 하늘을 가르듯 놓여 있는 현수교를 건너자 발 아래로 강천산의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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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바야흐로 시간은 가을의 뒤안길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10월 초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이 전 국토를 오색 물감으로 채색하더니 거침없이 남하 중이다. 이제는 조금 서두르는 게 좋겠다. 워낙 빠른 남하 탓에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바삐 달아나는 가을을 쫓아 남쪽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지는 고추장의 고장, 전북 순창이다. 순창에도 벌써 가을향기가 물씬난다. 순창의 명산인 강천산의 단풍은 가을 햇살 아래 현란한 황금빛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붉고 샛노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남도의 단풍이 절정을 맞았다.
| 붉고 샛노란 단풍이 옷을 갈아입은 강천산 산책길에서 다정한 연인이 그들만의 추억 담기에 여념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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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소금강 ‘강천산’…색동옷 입다
강천산은 순창에서 고추장 다음으로 유명하다. 순창군 팔덕면과 담양군 용면의 경계에 있다. 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정상이 불과 584m. 적당한 높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그 품이 마치 고요한 덕산(德山)의 형상이다. 그런데도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수려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등 산에 깃든 옹골찬 풍경 덕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다.
원래 이름은 용천산(龍天山)이었다. 산세가 용이 꼬리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아서다. 1982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천혜의 비경도 잘 보전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강천산을 찾는다. 지난해에만 무려 12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절정은 단풍철이다. 이 시기에 강천산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물감을 칠한 듯 색색으로 변해 단풍의 명산이라는 내장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산이 높지 않으니 오르는 부담도 덜하다. 동네 야산을 산책하는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쓰는 정도다. 예닐곱 시간씩 걸리는 강천산 일주산행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병풍계곡에서 강천사를 지나 현수교 전망대를 거쳐 구장군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가볍게 산책하듯 풍경과 산세를 고루 엿볼 수 있다.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는 약 5㎞ 남짓. 왕복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한 데다 물소리 새소리도 그치지 않은 산등성이 틈새로 단풍이 훠이훠이 이어진다.
산책로는 계곡을 따라 조성됐다. 말 그대로 단풍길이다. 물 위에 비친 단풍의 색감은 더 정겹다. 산책로를 따라 이파리가 꼭 아기 손바닥 만한 애기 단풍나무가 도열해 있다. 붉은 잎들 위로 어른거리는 햇빛이 얼마나 고운지, 빨갛고 노란 이파리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매표소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절경은 병풍폭포.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하지만 절벽에 이끼가 자라고 작은 소(沼)로 폭포수가 떨어져 자연폭포보다 더 자연스럽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와 오색찬란한 풍경, 오후 햇살이 만들어낸 무지개가 장관을 연출한다.
초록빛 터널을 이룬 22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지나면 강천사다. 강천사는 작고 소박한 절집이다. 천왕문도 따로 없지만 신라 때 창건돼 역사가 깊고, 절집 곳곳에선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강천사를 지나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로 향한다. 전망대로 향하는 푯말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등산로에 조성한 대나무 숲길도 운치가 있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강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만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현수교인 구름다리는 지상 50m 높이에 폭 1m, 길이 76m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흔들거려 정신이 아득해진다. 구름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단풍물결은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산책로로 내려올 수도 있고 신선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시 산책로로 내려와 10여분 더 걸으면 구장군폭포다. 120m 높이. 그저 장엄한 모습에 순간 걸음이 멈춰진다.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구장군폭포는 쌍폭으로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지는 마른 폭포이지만 물을 끌어올려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지게 됐다.
| 장군목은 수만년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기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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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은 명당 중 명당 ‘장구목’
강천산을 나와 귀미마을로 향했다. 무량산 아래 자락에 자리한 귀미마을은 순창의 대표적인 장수마을. 63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집성촌으로도 유명하다. 과거에는 구미마을로 불렸다. 거북바위가 있어서 마을이름을 ‘구미’(龜尾)라고 지었다고 한다. 왜 장수마을인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마을 앞에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강이 펼쳐져 있다.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이다. 강은 동계면 어치리 내룡마을부터 풍산면 대가리 향기마을까지 24.2㎞에 걸쳐 순창의 동쪽 땅에 숨죽여 흐른다. 소녀의 눈동자처럼 물이 맑다고 해서 붙은 이름. 섬진강 530리 물길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하다. 구미마을을 기점으로 섬진강을 따라 조성된 거북이길을 따라 걸으면 산들이 빙 둘러 늘어서고 강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강 길을 따라 오르면 장군목에 이른다. 장군목은 섬진강의 최상류에 있다. 순창에서도 ‘명당 중 명당’이라고 한다. 섬진강 물줄기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원시적인 구간이다. 장군목이라는 이름은 서북쪽으로 용골산과 남쪽으로 무량산의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풍수의 형상을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이라 부르는 데에서 연유한다. 흔히 마을사람들은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하여 장구목이라 불렀다.
장군목은 강바닥 전체가 바위로 이뤄져 있어 마치 거대한 바위가 살아움직이는 군무를 보는 듯하다. 수만년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약 3㎞에 걸쳐 드러나 있는데, 큰 거북은 강심을 차지하고 작은 거북들이 강가에 모여 노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연꽃바위, 자라바위,
| 장군목 ‘요강바위’. 한때 배짱 큰 도둑이 훔쳐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자리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지켜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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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바위 등 기기묘묘하게 움푹 파인 바위들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중 강 중심 바위 가운데가 요강처럼 움푹 파여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요강바위다. 높이 2m, 폭 3m, 무게는 무려 15t이나 된다는 요강바위에는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는데, 한국전쟁 때 마을주민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네가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 마을사람들이 수호신처럼 받는 이 바위를 한때 배짱 큰 도둑이 통째로 훔쳐 가기도 했다. 하지만 도난 후 1년 6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아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지켜주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를 차례로 타고 순천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먹을곳=장군목 요강바위 입구에 장구목(063-653-3917)의 대표 메뉴인 민물새우탕을 추천한다. 식당 앞 적성강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민물고기와 민물새우로 끓
인 매운탕.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민물새우탕은 4만 5000원(4인기준·공깃밥 제외)이다. 순창고추장의 명가인 명가원(063-652-1667)의 순창고추장 숯불삼겹살구이(1인분 12000원)도 일품이다. 순창고추장과 삽겹살 맛의 조화가 특징.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잠잘곳=순창은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그중 장류체험관(063-650-5432)이 싸고 깨끗한 편. 하지만 고추장 담그기, 농촌체험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순창군은 30일부터 나흘간 순창 고추장민속마을과 강천산 일대에서 제9회 순창 장류축제를 연다. 올해 축제는 ‘자연이 빚은 순창이야기’가 주제. 순창 장류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80여개 체험 행사와 공연, 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대표적인 장류인 간장·고추장 등의 장류와 쌈장, 김치,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또 옹기 만들기, 인절미와 떡볶이 만들기, 나만의 이색 비빔밥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도 있다.
| 강천산의 절정은 단풍철이다. 이 시기 강천산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변한 단풍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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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 산책길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한데다 새소리, 계곡소리가 그치지않고, 알록달록 단풍은 훠이훠이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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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 병풍폭포의 가을 풍경.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인 병풍폭포는 2002년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와 오색찬란한 단풍, 오후 햇살에 비친 무지개가 장관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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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 현수교(구름다리)에서 바라본 강천산의 가을 풍경. 50m 높이로 하늘을 가르듯 놓여 있는 현수교를 건너자 발 아래로 강천산의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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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을 찾은 산행객들이 천우폭포 앞에서 잠시 쉬어 가고 있다. 거대한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모습이 장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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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갛게 물든 강천산 애기단풍.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단풍철이면 단풍 명산인 내장산 부럽지 않게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단풍이 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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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 구장군폭포.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장쾌하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구장군폭포는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지는 마른 폭포지만 물을 끌어올려 지금은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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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상류 ‘장군목’에 있는 자건거길. 장군목은 순창에서도 ‘명당 중에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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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목 ‘요강바위’ 앞에 있는 장구목 식당의 민물새우탕. 적성강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민물고기와 민물새우로 끓인 매운탕으로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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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 고추장 명가인 명가원의 고추장숯불삼겹살구이. 매콤한 순창고추장과 고소한 삽겹살이 입맛을 돋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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