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약정이 ‘부가가치세 별도’의 형식으로 이뤄진 경우에 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거래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는 때에는 그에 따른 금액을 의미하고, 그러한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는 해당 거래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법령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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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사업자 A씨(원고)가 B씨(피고)를 상대로 공사 잔금과 부가가치세 등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 부분 중 부가가치세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 A씨는 B씨와 경기 양평군 소재 한 건물의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22년 1월 총 5520만원(부가세 별도)이 기재된 견적서를 B씨에 교부했다. A씨는 1차공사를 완료하고 B씨로부터 공사대금 5520만원을 지급받고 2022년 4월 공급대가 5520만원의 현금영수증을 B씨에게 발급했다.
문제는 부가세였다. A씨와 B씨는 부가세를 별도로 한다고 약정하면서 부가세율에 대해서는 따로 합의하지 않아 다툼이 생겼다. A씨는 B씨가 부가세 10%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B씨는 A씨가 간이과세자이므로 3%만 주면 된다고 맞섰다. 이에 A씨는 소를 제기했다.
1심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A씨에게 공사대금 5520만원의 3%에 해당하는 165만6000원의 부가세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부가가치세법 제30조가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10%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부가가치세 별도’라고만 기재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공사대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지급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한 점, B씨가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 당시 A씨가 간이과세자임을 알고 있었다거나 공사대금의 3%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만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는 A씨에게 약정 공사대금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당사자 약정·관행 없다면 적용 법령 계산금액”
그러나 대법원에서 다시 결과가 바뀌었다. 대법원은 2심의 부가가치세 판단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간이과세자인 사업자가 공급받는 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따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방법에 대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간이과세자인 사업자는 공급을 받는 자에게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방법에 대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원고는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계산방법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만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방법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나 거래관행의 존부 및 간이과세자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따른 납부세액을 심리해 그 한도에서 부가가치세 청구의 인용 여부 및 범위를 판단했어야 했다”며 “이와 관련해 심리하지 않은 채 ‘부가가치세 별도’라는 약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간이과세자인 사업자가 공급받는 자에게 공사대금의 10%를 부가가치세 상당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부가가치세 별도부담 약정과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방세학회장인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재화나 용역의 거래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공급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판단기준에 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해 준 선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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