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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개원 초부터 특검법 홍수...민생은 팽개쳤나

논설 위원I 2024.06.05 05:00:00
22대 국회가 개원 초부터 특별검사법(특검법)홍수로 진흙탕 싸움판이 돼 가고 있다. 원 구성도 마치기 전에 여야가 서로를 겨냥한 특검법을 쏟아내면서 특검 공방이 정치권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을 연 후 닷새 동안 발의된 특검법은 무려 5건에 달해 민생 법안 논의가 거의 멈춰 선 것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특검법 모두가 정치 보복 또는 사법 방해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대로라면 사상 최악의 소모적 정쟁이 일상화할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대북송금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1심 선고(7일)를 나흘 앞둔 시점에서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특검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경기도 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루 혐의를 뒤집기 위한 사법 방해이자 검찰 겁박 의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특검법 발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이 아실 것”이라고 즉각 받아쳤을 정도다. 김건희 특검법은 대표 발의자인 이성윤 의원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김 여사 사건을 탈탈 털듯 수사하고도 빈손으로 끝냈다는 점에서 특검 요구를 납득조차 하기 힘들다.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은 조국 대표 비리 수사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보복 성격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관련 직권 남용 및 국고 손실 등을 규명하자며 그제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당내에서도 야당의 공세에 맞선 ‘물타기’ 지적이 나왔다. 검찰·경찰 등을 제쳐놓고 특검부터 찾는 특검 중독을 내부에서도 한심하게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무능·저질로 지탄받았던 21대 국회의 추한 모습이 22대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미래에 대비하고 희망을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국회가 적개심과 증오로 가득 차 특검 보복과 처벌에만 골몰한다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 속에서 국가경쟁력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할 게 분명하다. 국회의 맹성과 대변화가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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